800만달러 공여로 '물꼬'…식량지원은 "여론 수렴하며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2년 만에 다시 추진하면서 그동안 여론 악화와 제재로 중단됐던 대북 지원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대규모 식량 지원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는 17일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하에 우선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 등 국제기구 대북지원 사업에 자금 800만달러(한화 약 95억원)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재추진하는 800만달러는 2년 전 지원을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집행하지 못한 금액이다.
앞서 정부는 2017년 9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WFP와 유니세프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를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여론이 악화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진하던 미국과 일본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자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겠다"며 지원을 미뤄왔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정부가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달러를 지원한 게 마지막이다.
정부는 이번 공여를 조속히 추진하되 2017년 결정 뒤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다시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라든지 필요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 절차를 거쳐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추협 의결을 거쳐 실제 자금이 집행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지원이 된다.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 등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규모나 시기 등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공여를 계기로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여러 차례 대북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으며, 800만달러는 국제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WFP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일 공동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긴급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일부 대북지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 쌀 40만t을 차관방식으로 지원했는데 당시 비용이 1천505억원이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북한에 식량을 지원한 것은 2010년 쌀 5천t이 마지막인데 당시에도 40억원이 들었다.
국내 쌀 재고는 북한을 지원하기에 충분한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쌀 재고는 이달 현재 약 130만t이며 이를 보관하는 데만 매년 4천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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