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의석 정치그룹 대표,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1순위'
법률발의권 없지만 법률심의·의결로 공동결정 권한 강력 행사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핵심기관 중 하나인 유럽의회는 EU의 입법기관이다.
하지만 실제 기능과 권한에 있어선 개별국가의 의회와 상당 정도 차이가 있다.
우선 유럽의회는 국경을 뛰어넘어 구성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의회라는 게 큰 특징이다.
EU의 28개 회원국에서 선출된 751명으로 구성되며, 의원의 임기는 5년이다.
유럽의회 의원은 국가별로 선출되지만, 자국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EU 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해 활동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들은 정치적 성향과 정체성에 따라 정치그룹을 이뤄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유럽의회 위원회나 본회의장의 좌석도 국가별로 배치되는 게 아니라 정치그룹별로 정해진다.
EU 회원국의 4분의 1(7개) 이상인 국가 출신 의원 25명 이상이 모이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지난 8대 유럽의회의 경우 모두 8개의 정치그룹(교섭단체)이 활동했다.
유럽의회는 크게 입법권, EU 기관 자문 및 감독·통제권, 예산안 심의권 등 3가지 권한을 갖는다.
유럽의회는 법률발의권이 없다. 다만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에 대한 심의·의결권만 갖고 있어 법안을 거부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EU 입법과정의 대부분은 집행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유럽의회와 EU 이사회가 공동결정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즉 집행위가 제안하면 유럽의회와 EU 이사회가 각각의 입장을 정해 협의해 합의한 뒤 다시 유럽의회와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 확정하는 형식이다.
초기 유럽의회는 각 EU 기관에 대한 자문 및 감독기관의 성격이 강했으나 지속해서 입법 권한을 강화해왔다.
특히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이 지난 2009년 12월 발효하면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 이사회와의 공동결정권이 대부분의 분야로 확대됐다.
리스본조약 이전에 유럽의회는 EU 단일시장 정책, 환경, 소비자 보호, 교통, 과학연구 등의 분야에 관해서만 공동결정 권한을 가졌다. 그러다가 리스본조약으로 그동안 협의만 가능했던 농수산, 사법, 이민정책 등의 분야가 공동결정사항에 포함됐다.
더욱이 최근 들어 EU의 의사결정과정에 유럽의회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자동차 이산화탄소(CO2) 규제에 관한 것이다.
당초 EU 집행위는 오는 2030년까지 승용차 CO2 배출량을 2021년 기준보다 35% 감축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EU 이사회도 이를 지지했으나 유럽의회가 40% 감축안을 내세워 결국 37.5% 감축키로 절충됐다.
EU 기관에 대한 자문·감독·통제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U 집행위원장 선출권과 집행위원단 임명 동의 권한이다.
지난 2014년 유럽의회 선거부터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집단별로 '슈피첸칸디다텐'(Spitzenkandidaten)이라 불리는 대표 후보를 내세우고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치집단의 대표 후보가 EU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가 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유럽국민당(EPP) 계열의 장클로드 융커 대표후보가 EU 집행위원장으로 뽑혀 지난 5년간 활동해왔다.
이로써 지난 2014년부터 EU 집행위원장을 사실상 직선제로 선출하게 된 것이다.
물론 EU 회원국 정상들로 구성된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한 규정은 유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방식이 도입되면서 EU 정상들도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토대로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된 사람은 유럽의회에서 자신의 공약과 정책에 관해 설명한 뒤 유럽의회에서 재적인원 과반수(376명)의 찬성을 얻으면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된다.
유럽의회는 우리나라의 국무위원 격인 28명(회원국 당 1명)의 집행위원단 구성에도 관여하게 된다.
각 회원국에서 신임 집행위원장과 협의를 거쳐 집행위원을 추천하면 유럽의회는 청문회를 거친 뒤 집행위원단 전체를 놓고 찬반투표를 해 임명 동의를 결정한다.
아울러 유럽의회는 집행위와 이사회를 상대로 EU 정책과 운영에 대해 질의함으로써 이들 기관을 견제할 수 있다.
또한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 EU의 외교·안보 정책을 다루는 대외관계청(EEAS) 등도 유럽의회의 업무 감독 대상이다. 이들 기관은 유럽의회에 보고의무를 가지며 의회의 질의가 있으면 응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럽의회는 집행위가 편성한 예산안에 대해 이사회와 공동으로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회는 집행위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이사회에 대해 예산안 수정을 제안하는 한편 예산안 전체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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