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위기 이후 첫 선거…'반난민' 지지기반 더 키우나
기후변화, 젊은층 주도…'CO2 배출 제로' 원칙 찬성·방법론 격돌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지난 2015년 난민들이 유럽으로 밀물처럼 몰려든 이른바 '난민 쓰나미' 이후 처음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다.
난민 문제는 지난 5년간 EU의 가장 큰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지난 2014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난민 문제는 그 파괴력을 입증했다.
선거결과 반(反)난민을 내세우는 극우·포퓰리스트 정당이 대약진하며 유럽 정치지형을 뒤흔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5년간 유럽 정치권에서 이런 추세는 더 심해졌다.
EU의 개별 회원국 총선이나 대선 등에서도 반난민을 정면에 내세운 정당들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하고 세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집권에 성공하거나 연장하는 등 돌풍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어떤 이슈보다도 난민 이슈가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반난민을 내세워온 극우·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이번 선거에서 대약진한 뒤 유럽의회에서 별도의 정치그룹과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며 기성정당을 위협하고 있다.
숫자상으로 일단 난민 문제는 지난 2015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작년에 EU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 수는 58만명으로 2017년(65만4천600명)보다 11% 감소했다. 지난 2015년 최고치였던 126만6천600명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유럽에서 난민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2014년 수준이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으로 87만8천600명의 난민이 망명심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내전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기회만 닿으면 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 루트를 막으면 다른 루트를 통해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하는 '죽음을 무릅쓴 여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몰려드는 난민에도 불구하고 EU에서 난민들을 수용할 여력은 거의 소진돼가고 있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를 비롯한 남유럽 및 동유럽 일부 국가에선 EU에 맞서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저항이 더 거세져 EU내 분란이 격화했다.
그 여파로 지중해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난민들이 유럽에 정박하지 못한 채 구조된 배 안에서 바다를 떠도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난민 수용에 대한 회원국 간 입장차로 EU가 지중해에서 진행돼온 난민구조작전인 소피아작전의 해상활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난민을 수용해온 국가에선 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어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도 중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EU는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를 선도해왔다.
또 EU는 자동차 온실가스(CO2) 배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노력에 정책적 역점을 둬왔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16세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불을 지핀, 기후변화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성을 촉구하는 젊은 세대의 요구는 유럽 내 각 나라에서 거리정치로 이어지며 점차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주요 정치그룹 '대표 후보'들이 참가한 TV토론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쟁점은 기후변화였다.
토론 참가자들은 정치그룹에 상관없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를 더는 늦출 수 없다며 한목소리로 오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0)'를 주장했으나 어떻게 이를 실현할지 방법론에 대해선 견해차가 적지 않았다.
기후변화가 주요 쟁점이 되면서 이번 선거에서 환경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녹색당 계열이 예전보다 지지기반을 넓힐 것이라고 일부 선거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테러문제도 여전히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다.
지난 선거 이후 유럽에서는 파리 총격 테러(2015년 11월)를 비롯해 브뤼셀 연쇄 폭탄테러(2016년 3월), 프랑스 니스(2016년 7월), 독일 베를린(2016년 12월) 트럭돌진테러 등 잇따라 테러가 발생하면서 '테러의 일상화'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동안 테러의 무풍지대로 꼽혔던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도 테러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유권자들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경제와 실업 문제는 어떤 선거를 막론하고 표심을 뒤흔드는 가장 민감한 이슈로 거론된다.
유럽경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지난 2013년 남유럽 국가채무위기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성장해왔다.
그 결과 지난 3월 EU 전체의 실업률은 6.4%로 지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실업률도 7.7%로 지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유럽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경제정책이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유럽의회가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28개 회원국에서 2만7천97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해 최근 발표한 '유로 바로미터'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유권자들은 '경제와 성장'(50%), '청년실업과의 전쟁'(49%) 등을 1, 2위로 꼽았다.
작년 9월 조사에서 1위였던 이민문제는 3위(44%)로 내려갔고, 작년 4월과 9월 조사에서 5위였던 '기후변화와 환경보호'(43%) 가 4위로 올라섰으며 작년 4월 조사 때 1위였던 '테러와의 전쟁'은 이번 조사에선 5위(41%)로 내려갔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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