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 신청해 아버지가 문제 내고 아들이 풀 뻔…문제 제기로 실패"
아들에게 연구비 350여만원 지급…서울대 "지급 정당했나 조사 중"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사역견 불법 실험' 의혹을 받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아들의 대학원 입학문제까지 내려고 시도했다는 서울대 내부폭로가 나왔다.
17일 서울대 수의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9학년도 전기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 입시에서 아들의 지도교수 신청을 받고 입학 고사 문제를 직접 내려 했으나, 수의대 내부 문제 제기로 좌절됐다.
이 교수의 아들은 올해 3월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수의대 관계자는 "수의대 대학원 입학시험은 응시자가 신청한 지도교수가 직접 출제하게 돼 있는데, 이 교수 아들이 지도교수로 자신의 아버지를 신청했다"며 "이 교수와 해당 학생이 이같이 신청했지만,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 문제 제기로 결국 지도교수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 선발은 필기고사인 전공 필답고사와 면접, 구술고사, 서류심사 등으로 이뤄진다.
이 중 입학전형 총점 200점이 모두 전공 필답고사에 몰려 있어 수의대 대학원 입시 당락에는 필기고사가 핵심이다.
전공 필답고사에는 보통 전공 관련 시험문제 4개 풀게 되는데, 학생이 신청한 지도교수가 이 중 3문제를 출제하고, 같은 전공 분야의 다른 교수가 나머지 한 문제를 낸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아들의 지도교수 신청을 받아들여 입학 시험문제를 내려 한 것이다.
당시 서울대 수의대 내부에서 '이해당사자인 이 교수가 아들이 풀 입학 고사 문제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이 교수는 해당 입학 고사 과정에서 제척됐다.
이 교수 아들은 다른 교수로 지도교수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대 내부에서 나온 폭로에 이 교수는 "아들이 대학원 원서를 제출한 직후 제척 신청을 해 입시 관련 모든 사항에서 배제됐다"고 해명했다.
수의대 측은 "입시 관련 내용은 기밀 사항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2012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 올려 서울대로부터 '부정 있음' 판정을 받고 교육부에 보고되기도 했다.
서울대는 또 이 교수가 아들에게 연구비 350여만원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급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대학원 석사에게 통상 월 150∼160만원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한다"며 "해당 액수는 대부분의 대학원생에게 지급되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 교수 연구팀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은퇴한 검역 탐지견을 실험하고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서울대는 논란이 일자 이 교수의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를 중단시키고, 이 교수의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직 직무도 정지시켰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 교수의 동물보호법 위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 교수의 연구 윤리, 연구비 등 언론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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