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5·18 39주년 기념식 거행(종합)

입력 2019-05-18 11:30   수정 2019-05-18 14:42

'오월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5·18 39주년 기념식 거행(종합)
文 대통령 "광주 학살, 깊이 사과…5·18 부정 망언 부끄럽다"
여야 지도부·참석자 모두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황교안도 함께 불러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장아름 천정인 기자 =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오월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렸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5·18 유공자 및 유족, 일반 시민, 학생 등 5천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8일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도 일제히 기념식장을 찾았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평화당 유성엽·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기념식에 자리해 민주화 영령의 넋을 기렸다.
기념식은 내년 40주년을 앞두고 5·18의 의미와 역사적 사실을 모든 국민에게 알리고 민주화의 가치 계승을 통한 '정의와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기념식은 오프닝 공연, 국민의례, 경과보고, 기념공연, 기념사, 기념공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오프닝 공연은 5·18 당시 희생된 고등학생 시민군의 일기를 바탕으로 작곡한 밴드 블랙홀의 곡 '마지막 일기'로 시작했다.
이어 5·18에 참여한 학교인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 대표 4명, 5·18 희생자 유족 4명이 참석자들과 함께 애국가를 불렀다.
헌화 및 분향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하고 묵념이 이어졌다.
기념공연에서는 5월 항쟁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박영순 씨가 직접 나와 5월 당시 상황을 알리고, 5월 27일 최후의 항전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고(故) 안종필 군의 어머니인 이정님 여사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들의 사연에는 5·18을 기억하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공연은 블랙홀 밴드와 대학연합합창단의 현악 7중주로 펼쳐졌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며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이면 40주년인 만큼 내년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저는 올해 꼭 참석하고 싶었다"며 "광주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때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6월 항쟁은 5·18의 전국적 확산이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다"며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20년도 더 전에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법률적 정리까지 마쳤다"며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다. 의미 없는 소모일 뿐"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학살의 책임자, 암매장과 성폭력 문제, 헬기 사격 등 밝혀내야 할 진실이 여전히 많다"며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아직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달라"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를 언급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가 이제 경제민주주의와 상생을 이끄는 도시가 됐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참석자 모두 행사 마지막에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총리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은 황교안 대표도 이날에는 주먹을 쥐고 흔들며 함께 불렀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행사가 끝나고 희생자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번 기념식은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이뤄지는 오프닝 공연을 이원생중계해 역사성과 현장감을 동시에 제공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5·18 망언 의원에 대한 중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단체들이 참석을 반대하는 황교안 대표가 참석해 일부 시민의 격렬한 반발 속에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형버스를 타고 5·18묘지 민주의 문 앞에 도착한 황 대표는 일부 시민들과 시위대의 육탄 항의와 마주했다.
민주의 문 아래에서 "황교안은 물러가라"는 날 선 고성과 함께 물건을 던지거나 물을 뿌리는 인파 속에 갇히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비에 젖은 바닥에 드러누워 황 대표의 입장 저지를 시도했다. 이들을 가까스로 피한 황 대표는 결국 15분여 만에 기념식장 보안검색대에 도착해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황 대표와 같은 버스를 타고 기념식장에 온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와 다른 경로를 통해 별다른 충돌 없이 기념식장에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기념식이 끝나면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기념행사가 이어진다.

오후 2시 전국 노동자들이 모이는 노동자대회와 전국대학생들이 5월 항쟁지를 순회하는 행진 행사가 열린다.
오후 4시부터 전국 시민사회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5·18 역사 왜곡 처벌법 제정'과 '5·18 진상조사위원회 출범' 등을 촉구하는 범시민대회를 개최한다.
자유 연대 등 일부 보수단체도 이날 오후 1시부터 금남로에서 5·18 유공자 명단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시민들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은 1980년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났던 5·18의 민주·인권·평화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97년 5월 9일 국가 기념일로 제정됐다.
cbeb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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