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감독기준 도입 앞두고 자본확충 과제…"불투명성에 불안 고조"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연숙 성서호 기자 = 올해 1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보험사들은 갈수록 척박해지는 시장환경에 자본 건전성 개선이라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시장은 포화되고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규제환경의 변화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추가 과제를 떠안게 되자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19일 보험업계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건전성 감독기준인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IFRS17의 핵심은 원가로 계산하던 보험 부채를 시가(市價)로 평가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부채를 시가가 아닌 보험 판매 시점의 원가로 평가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는데, 저금리인 현 시점에서 시가를 기준으로 부채를 계산해야 하다 보니 더 많은 돈을 쌓아둬야 하게 된 것이다.
IFRS17 자체로 보험사에 압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도입되는 K-ICS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당국의 시정조치를 받게 돼 즉시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강제력을 갖는다.
업계에서는 두 제도가 도입돼 정착된다면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다만 과도기 상태에서 준비에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RBC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요청을 한 번에 받았을 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들의 평균 RBC는 269.1%로, 부실 위험의 최저기준인 100%를 웃돈다.
그러나 K-ICS 시행에 앞서 시뮬레이션한 결과 대부분 보험사의 RBC 비율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생명[032830]과 오렌지라이프[079440] 등 두 곳 정도만 기준치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당국은 금융감독원 주도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주식, 채권 등의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면서 국내 현실에 맞는 '적정한' 규제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
되도록 이른 시일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지만, 업계 입장에선 이러나저러나 애를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K-ICS 도입 후 RBC가 100%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 재무건전성이 나쁜 보험사로 낙인찍히고 신규 고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지만 재무제표가 바뀌면서 회사가 흑자가 날 수도, 적자가 날 수도 있다는 얘기"라며 "회계를 바꿨다고 회사가 망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계약자에게 지나친 불안감을 주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차피 시행될 거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윤곽을 드러내 준비 시간이라도 벌어주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작년에 나온 K-ICS 1.0 버전인 초안밖에 모르는 상태라 시장에 불안만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ICS 2.0이 나와야 업계도 그 기준에 맞춰 자본 마련 계획도 세우고 전산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시행 시기가 정해진 것이라면 기준이라도 일찍 나오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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