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 최초 옛 전남도청서 5·18민주묘지로 생중계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이 어둠이 가기 전에 나의 짧은 시계 소리 멈추고…"
5·18민주화운동 당시 안타깝게 희생된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강렬하고도 감미로운 선율로 부활했다.
18일 5·18 정부 공식기념식 식전공연으로 밴드그룹 블랙홀의 '마지막 일기'가 연주됐다.
공연은 옛 전남도청이 있는 5·18민주광장에서 정부 기념식이 열리는 국립 5·18민주묘지로 생중계됐다.
정부 기념식에서 이러한 방식의 식전공연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블랙홀은 5·18 희생자 영령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검은 정장에 검은 타이를 메고 광장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 올랐다.
드럼 시작 소리에 맞춰 시작된 연주는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서정적인 가사가 만나 청중을 끌어들였다.
연주에는 대학연합합창단과 현악7중주가 참여해 더욱 감미로운 선율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호소하듯 내뱉은 가사는 항쟁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에 고등학생 시민군이 느꼈을 두려움과 슬픔 등의 감정이 그대로 담겼다.
그는 "친구에게 계엄군의 폭행과 살상이 무차별하게 이뤄졌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고 곡으로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에 제가 광주에 살았다면 이 노래는 저의 이야기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밴드가 의식이 있어서라기보다 있는 실제로 있는 사실을 보고 분개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일기는 5·18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한 진압에 희생된 어느 고등학생의 죽음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곡을 만든 밴드 리더 주상균 씨가 친구에게 5·18참상을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런 일기를 썼을 것'이라며 예술적 상상력으로 가사를 만들었다.
5월 항쟁 당시 사망한 학생 희생자는 광주상고(현 동성고) 1학년생으로 시민군에 참가한 안종필(16) 군을 비롯해 모두 16개 학교, 18명으로 추정된다.
안 군은 시위에 나서지 말라는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 계엄군에 맞서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전을 벌이다 숨졌다.
춘태여상(현 전남여상) 3학년 박금희 양은 시민 부상자가 쏟아져 나와 수혈할 피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하고 나오던 중 총에 맞아 사망했고, 동신중 3학년 박기현 학생은 '데모꾼 연락병'으로 지목돼 계엄군에 끌려간 뒤 다발성 타박상으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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