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양저유소 화재 피의자에 "거짓말 마라" 123회 추궁

입력 2019-05-20 12:00   수정 2019-05-20 18:04

경찰, 고양저유소 화재 피의자에 "거짓말 마라" 123회 추궁
인권위 "자백 강요로 진술거부권 침해한 것…신상 공개도 인권침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 아니냐',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자백을 강요한 진술거부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피의자 A씨는 지난해 10월 8일 긴급체포 된 후 28시간 50분(열람시간 포함) 동안 총 4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인권위가 A씨의 신문 녹화 영상을 분석한 결과 경찰관은 A씨를 추궁하면서 총 123회에 걸쳐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헌법 제12조 2항은 형사상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 규칙에도 경찰관이 진술을 강요하거나 진술의 임의성(자유의사로 진술했는지)을 막는 말로 진술거부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의 거짓말 발언은 A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할 때 나오는데, 이는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행 형사사법 체계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이는 진실을 증명하는 것이지 피의자 신문에서 자백을 끌어내기 위한 근거로 사용해 피의자를 압박하고 강요하면 안 된다"고 봤다.

인권위는 A씨의 신분이 일부 공개된 것도 문제로 삼았다.
인권위는 "경찰이 이주노동자 이름 일부와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 종류를 언론사에 공개해 신원이 주변에 드러나도록 한 것은 헌법 제17조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지방경찰청장과 경찰서장에게 담당자 주의 조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및 피의사실 공표 관련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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