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야권, 테러 우려에도 대선 불복 집회 강행키로

입력 2019-05-20 11:33   수정 2019-05-20 11:34

인도네시아 야권, 테러 우려에도 대선 불복 집회 강행키로
21일부터 선관위 인근서 이틀 일정 집회…지방서도 상경 투쟁
개표 진행률 90.7%…조코위 대통령 55.6% 득표해 당선 확실시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이 테러를 감행할 것이란 우려에도 인도네시아 야권이 대선 불복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20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권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의 지지자들은 자카르타 시내 선거관리위원회(KPU) 인근에서 2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개표조작을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동(東)자바주(州) 등지에선 '지하드 투어' 등의 이름을 내걸고 야권 지지자들을 모아 상경 투쟁을 벌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 창립자의 손자 중 한 명인 구스 아암은 "동자바주에선 18일 저녁부터 일부가 기차와 버스, 비행기, 승용차 등을 이용해 자카르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자바주에서만 1만명 이상이 대선 불복 집회에 참석하며, 이미 2천500명가량이 자카르타에 도착했다고 덧붙였다.



집회를 주도한 무슬림 단체 '쁘르사우다라안 알룸니 212'(PA212)는 IS 추종자들에 의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찰의 경고에도 예정대로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PA212의 노벨 바묵민 대변인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서길 원하는 한 우린 그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2016년 조코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중국계 기독교도 자카르타 당시 주지사에게 신성모독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씌웠던 무슬림 과격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종교적으로 중도 성향인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프라보워 후보를 지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테러와 소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KPU와 자카르타 시내 주요 시설에는 군경 3만2천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실제로 현지에선 이슬람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를 비롯한 민주주의 부정 세력들이 야권의 대선 불복 집회를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경찰은 시민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선동하는 이들까지 나타나자 과격 성향의 야권 지지자와 상경 투쟁 조직책 등을 잇달아 연행해 조사하고 있지만, 야권은 집회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집회에는 프라보워 후보도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관련 당국은 야권의 집회가 대규모 소요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청의 데디 프라세툐 대변인은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22일 현장에 배치된 군경들에게 총기와 실탄을 휴대하지 않도록 했다. 만약 실탄이 사용된다면 그건 테러범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가 발생했을 때 경찰의 총탄에 다치거나 숨지는 시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달 초 서(西)자바주(州) 브카시와 북(北)술라웨시주(州) 비퉁에서 IS 연계 현지 테러단체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 조직원 7명을 적발하고 1명을 사살했다.
이들은 22일 야권의 대선 불복 집회 현장에서 폭탄을 터뜨려 반정부 폭동을 유발하려는 음모를 꾸몄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7일에도 자카르타의 위성도시인 보고르에서 IS 추종자 2명을 체포하고 파이프 폭탄 6개와 조립 중인 폭발물 등을 압수했다.
한편, 지난달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에선 조코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KPU의 실시간 개표 집계는 이날 오전 8시 45분(현지시간) 현재 90.75%가 진행된 가운데 조코위 대통령이 55.63%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보워 후보의 득표율은 44.37%다.
KPU는 22일 대선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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