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영장 범죄사실 두고 법정서 신경전…재판부 '불쾌'
檢, 징계 청구 판사 명단 사실조회 신청…辯, 반대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의 추가 구속 영장 발부가 부적법하다고 비판했다.
임 전 차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영장 발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임 전 차장이 문제 삼은 건 추가 발부된 구속 영장의 범죄사실에 지난 1월 추가 기소된 사건만 포함된 점이다.
지난 8일 열린 구속 심문에서는 임 전 차장의 1월 기소 사건과 2월 기소 사건이 모두 논의됐지만 재판부는 이 중 1월에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현안 해결에 도움을 받으려고 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 등 전·현직 의원들의 재판 민원을 들어줬다는 내용이다.
임 전 차장은 이에 "두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영장 심리가 이뤄졌으므로, 발부된 영장에도 두 사건의 공소사실 요지가 전부 기재돼야 하는데도 한 사건만 기재됐다"고 이의제기했다. 혹시 재판부가 실수로 한 사건을 누락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송 행위가 허용된다면 향후 또다시 남은 공소사실로 3차 구속 영장을 발부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부당한 장기 구속을 방지하기 위해 피고인의 구속 기간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아울러 "이는 마치 검찰의 의도적인 누락 기소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결론적으로 이번 구속 영장은 부적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검찰은 "구속 영장은 일부 범죄사실로도 당연히 발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심문에서 다툰 범죄사실을 모두 포함해서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건 피고인의 독자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또 "어떤 범죄사실로 영장을 발부할지는 재판부 재량"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의도적 누락 기소'라는 주장에도 "1차 기소 이후에 추가 증거가 확보돼서 2·3차 기소가 이뤄진 것이지 의도적으로 지연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반박에 임 전 차장이 재반박을 하려 하자 재판장은 "피고인 의견은 충분히 들었고 이 자리에서 공방이 오갈 사안은 아닌 거로 판단된다"며 말을 막았다.
임 전 차장과 변호인이 이의제기 과정에서 '재판부의 실수'라고 표현한 부분도 지적하며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과 변호인은 최근 대법원이 징계 청구한 판사들의 명단과 관련 자료 확보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지난 9일 대법원이 법관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한 현직 판사 10명의 명단과 청문 절차에서 한 진술 내용, 징계 조사 자료 등을 받아보고 싶다며 재판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징계 대상자 대부분이 이 사건의 참고인이거나 증인 신분이라 이들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그러나 "검찰이 법원에 통보해서 징계절차에 회부된 건데 그걸 거꾸로 다시 받아서 본다는 건 부적절하다"며 사실조회 신청에 반대했다.
변호인은 "반복적으로 동일한 증거만 양산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의 사실조회 신청에 대해선 추후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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