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간 수사권고 여부 두고 조사단 내부 갈등
'조선일보 방사장'·'방사장 아들'도 특정 못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일 배우 고(故)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해 성접대·성폭력 의혹은 규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 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만 재수사 권고를 하며 14개월간의 조사·심의를 마무리 지었다.
문준영 과거사위 위원(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성접대 의혹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어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접대와 연계돼 제기된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특수강간 등 혐의를 적용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있어 즉각 수사할 만한 단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씨에 대한 특수강간 의혹은 동료배우 윤지오 씨가 과거사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장씨가 술자리에서 약에 취한 듯 인사불성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히며 급물살을 탔었다. 약물이 사용됐거나 2인 이상에 의해 성폭력이 이뤄진 게 확인되면 특수강간 혐의가 적용돼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수강간 혐의 수사 권고를 두고선 진상조사단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외부로 갈등이 불거질 정도로 진통을 겪었으나 결국 권고를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다음은 '장자연 사건' 주심위원인 문준영 위원과의 일문일답.
-- 장씨 동료 배우인 윤지오 씨가 장자연 문건에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이 있다고 증언했었다. 이 정치인에 대한 조사 내용이 결과에 포함이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위원회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 외 성접대 요구자 명단이 기재됐다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진상규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물이 확인되지 않고 관련자들 진술 엇갈린다는 점에서 리스트의 실체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긴 힘들다. 진상조사단은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에 대해 윤지오 씨가 진술한 부분을 크로스체크(대조검토)했다.
-- 해당 정치인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인가.
▲ (진상조사단이) 해당 정치인의 이름을 확인하고 진술이 타당성 있는지 봤다. 그러나 (정치인을) 불러서 조사한 것은 아니다. (해당 정치인이) 조사 요청을 거부했다.
--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에 의한 성접대 강요 부분에 대한 판단은.
▲ 성접대 부분에 대해서는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는데, 현재로서는 특수강간 등 혐의를 적용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있어 즉각 수사할 만한 단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술접대 부분은 강요라고 판단했다.
-- 검찰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 기록이 누락된 부분이 있는데, 수사 권고까지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여러 부분에서 중요한 자료가 누락됐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다들 '그럴 리가 없다'고 진술했다. 누락이 의도적이었다고 판단할 만한 구체적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현재 남아있는 장자연 씨의 통화 내역은 당시 수사검사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 원본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당연히 기록에 편철됐어야 할 것들이 빠져 있는데 수사팀이나 검사가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 경찰 초동수사가 부실했고 주요 자료 누락도 이뤄졌지만,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 적용은 어렵다는 것인지.
▲ 의도나 고의성을 판단할 만한 구체적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 장자연 문건에 나온 '조선일보 방사장'과 '방사장 아들'은 특정이 안 된다는 것인가.
▲ 그렇다. 구체적으로 특정은 하지 못했다.
--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와 장자연 씨가 아는 사이라는 참고인 진술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구체적 범죄사실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 윤지오 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 윤씨 진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전체적으로 신빙성 여부를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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