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내몬 '노예계약'…"지시위반 1억, 계약해석은 대표가"

입력 2019-05-20 18:49  

죽음으로 내몬 '노예계약'…"지시위반 1억, 계약해석은 대표가"
불공정 계약 체결 뒤 부당강요 지속…거절하면 서슴없이 폭행·욕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밝힌 '고(故) 장자연 씨 의혹사건' 진상조사결과에는 신인 연기자에 대한 연예계의 불공정한 전속계약과 파렴치한 술접대 강요 관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방적으로 소속사에 유리하게 체결된 전속계약에 따라 신인연기자인 장씨는 소속사 대표의 술접대 강요와 욕설·협박 등 학대행위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20일 과거사위가 밝힌 장자연 의혹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씨는 소속사와 일방적으로 불리한 전속계약을 맺은 뒤 2008년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로부터 갖은 술접대 강요와 학대행위를 당했다.
장씨는 2017년 10월 '김 대표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억 원의 위약금을 배상해야 하며, 계약의 해석은 김 대표의 해석이 우선한다'는 내용의 불공정한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장씨는 이 계약에 따라 김 대표의 부당한 지시를 따라야만 했고, 거절할 경우 폭행까지 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2008년 5월 김 대표는 드라마 감독과 태국에서 접대골프를 치면서 장씨도 참여하도록 지시했다. 골프모임에는 김 대표의 요구로 장씨의 지인인 프로골퍼가 참여했는데, 과거사위는 여러 정황상 장씨가 김 대표의 강요로 프로골퍼의 항공비까지 일방적으로 부담한 것으로 봤다.
2008년 6월부터는 상습적인 폭행이 이어졌다. 장자연 문건에는 장씨가 김 대표로부터 페트병으로 폭행당한 사실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의 음성녹음 녹취서에도 '사장님이 저를 때린 적도 있고, 욕하는 건 기본이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과거사위는 공개했다.
당시 소속사 직원들도 "장자연이 대표한테 맞았고, 대표로부터 가족까지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거나 "장자연이'사장님은 그 누구도 무서울 자가 없어서 여기서 이렇게 잘못돼서 나가면 나는 연예계 바닥에서 매장된다'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는 6차례에 걸쳐 김 대표로부터 술접대를 강요받기도 했다. 김 대표가 술접대 행위 역시 연예 활동에 해당하는 것처럼 강요했기 때문에 신인 연기자였던 장씨는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술접대 자리에서 전직기자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지만 김 대표의 술접대 강요는 지속됐다.
부당한 강요는 2008년 12월 김 대표가 '동성 강제추행' 문제로 일본에 도피한 후에도 계속됐다. 2009년 2월 김 대표는 장씨에게 전화해 드라마 스케줄을 빼고 태국 골프장으로 와서 영화감독을 접대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던 장씨가 이를 거절하자 김 대표는 욕설과 함께 계약 해지와 위약금을 거론하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대표는 실제로 장자연이 타고 다니던 승합차를 매각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결국 이 같은 불공정한 전속계약과 이를 빌미로 지속된 소속사 대표의 부당한 강요가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주요 요인이었다'고 과거사위는 결론 내렸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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