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중미 과테말라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왔다가 붙잡힌 16세 소년이 국경 구금시설에서 질병을 앓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숨졌다고 NBC방송 등 미 언론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미 남쪽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한 지난해 연말 이후 벌써 5명째 아동·청소년이 사망한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70명의 일행과 함께 미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협곡으로 넘어온 에르난데스 바스케스(16)는 곧바로 국경순찰대에 체포된 뒤 엿새 동안 국경 구금시설에 있다가 전날 텍사스주 웨슬라코 수용시설로 이송됐다.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10대 청소년인 바스케스는 규정대로 라면 72시간 이내에 난민정착사무소 관할 수용시설로 옮겨져야 했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국경순찰대 구금시설에 계속 붙잡혀 있었다. 국경순찰대 관리는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않았다.
바스케스는 전날 감기 증세를 호소해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 가족에게 현재 상태를 알리도록 허용됐다.
그러나 바스케스는 이날 아침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상태가 위중해질 때까지 얼마나 자주 의료진이 진단했는지, 왜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수용시설에 있던 의료진이 바스케스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세관국경보호국(CBP) 관리는 말했다.
과테말라 영사관은 성명에서 "소년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미 당국에 빨리 사망 원인을 판단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CBP의 존 샌더스 국장대행은 "국경 구금자들의 건강, 안전, 인도적 처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미 국경 수용시설에서는 지난 14일 엘패소 인근에서 2세 아이가 숨졌고 지난달에는 16세 소년이 병으로 사망했다. 지난 연말에는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 8세 소년이 잇달아 숨졌으며, 이들에 대해 적정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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