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기온 상승 속 물 공급 차질…"하프타르 지지세력" 주장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내전이 다시 발발한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에서 한 무장단체가 수도 트리폴리와 그 주변 도시로 이어진 수도관을 차단해 수백만 명이 식수난에 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무장단체가 지난 19일 '리비아 대수로 공사'(Great Man-Made River project)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자파라의 통제실을 급습해 지하 관정으로 연결된 송수관을 차단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사하라를 가로지르는 수도 망을 통해 200만 명 이상이 사는 트리폴리를 비롯해 다른 해안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공격으로 트리폴리뿐 아니라 가리얀과 다른 서부 산악 도시의 수도공급이 끊기면서 주민 수백만 명이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는 가운데 물 부족으로 고통받게 됐다.
수도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알려진 바 없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계속되는 내전으로 취약해진 리비아의 인프라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앞서 수도 망 관리 당국 역시 내전으로 누수를 보수하는 것이 어렵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수도공급을 차단한 세력은 리비아국민군(LNA)을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의 지지세력이라고 주장했으나, 가디언은 일부에서는 이 단체와 하프타르의 연관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리비아통합정부(GNA)는 하프타르에 대한 지지 기반을 약화하기 위해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프타르의 LNA는 리비아의 동부와 남부를 장악한 세력으로, 유엔이 지지하는 GNA와 교전을 벌이고 있다.
LNA는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묵인 아래 지난달 4일 트리폴리로 진격했으나 GNA의 방어망을 뚫지 못했고 내전은 장기화하고 있다.
가디언은 하프타르 사령관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할 것 같지만, 국제사회로부터 리비아 치안의 수호자임을 인정받으려는 그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다른 세력이 이번 사건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리비아에서 무법 상태를 심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달 리비아 남부 지역에서는 이미 수많은 IS의 공격이 발생했다.
리비아는 나토 지원군의 도움으로 지난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이후 상당 기간 동서로 갈려 있으며, 최근에는 LNA와 GNA의 내전으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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