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기' 치닫는 미국-이란 중재 역할에 기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군사적 충돌 우려까지 낳을 만큼 첨예한 가운데 걸프 국가인 카타르와 오만의 외무장관이 테헤란을 잇달아 방문해 눈길을 끈다.
특히 종파적, 외교적 이유로 아랍 이슬람권의 지도국가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권 밖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가 미국과 이란 사이를 오가며 중재자로 역할 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나온다.
두 나라는 모두 아랍권에 속하지만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경쟁과 미국의 대이란 적대 정책으로 경색된 중동에서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미국과 사우디, 이란의 갈등이 커지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다른 아랍 이슬람 국가와 달리 한쪽 진영에 속하지 않은 데다 미국, 이란 모두와 관계도 원만한 덕분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15일 정부 내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수일 전 이란을 찾았으며 방문 목적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셰이크 무함마드 장관이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다"라며 "미국도 사전에 그의 이란 방문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셰이크 무함마드 장관이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24일 미국을 방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중동 현안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항공기 추적 사이트들은 카타르 왕실 전용기를 운용하는 카타르 아미리 항공의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11일 오후 7시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 착륙했다가 3시간 30분 뒤 도하로 돌아갔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 보도를 확인하지 않았으나 알자지라 방송이 카타르 왕실 소유라는 점에서 이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와 관련, 술탄 빈 사드 알무라이키 카타르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20일 "셰이크 무함마드 장관이 테헤란을 방문했을 때 '카타르는 이란과 미국 사이의 긴장을 푸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는 미국도 잘 아는 일이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유수프 빈 알라위 오만 외무장관이 일정을 미리 알리지 않고 테헤란을 찾아 자리프 장관을 만났다.
오만 외무부는 "두 장관이 양국 관계 증진과 지역, 국제적 현안을 논의했다"라고만 짤막하게 설명했다.
비록 버락 오바마 전 정부 시절이지만 '중동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오만은 이란 핵협상이 시작되도록 한 메신저였다. 오만은 직접 접촉이 부담스러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물밑 연락 채널' 역할을 했다.
빈 알라위 장관의 이번 방문은 16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오만 군주 술탄 카부스에게 전화한 뒤 이뤄진 터라 그가 '빈손'으로 테헤란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체적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격적인 대화까지는 당장 성사되지 않더라도 중동을 감도는 전쟁 위기는 진화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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