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열 교수, 저서 통해 "해결책은 '품격'" 강조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역설의 시대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기적의 나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낀다. 행복감은 떨어지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민주화를 이룬 지 30년이 지났건만, 정작 투표장에 가는 유권자는 줄어들었다. 촛불혁명을 이뤘음에도 시민들의 정치 효능감은 여전히 바닥을 맴돈다. 풍요의 역설이자 민주화의 역설이다.
이런 터에 '3불 사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마음이 '불신', '불만', '불안'으로 가득 찼다는 뜻. '헝그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앵그리 사회'로 변모했다.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경제를 더 성장시키면 해결될까? 아니면 민주화가 부족해서인가?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가 한국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대중교양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를 펴냈다. 이 교수는 수많은 희생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산업화로 경제적 부를 누리지만 마음은 아직도 가난하다고 안타까워한다.
저자가 밝힌 한국사회의 근본 문제는 '품격'의 부재다. 창의성이 넘치고 서로 신뢰하는 사회, 체제와 규율이 잘 지켜지는 사회, 도전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사회가 됐을 때 진정한 풍요를 누리는데, 그 빈곤으로 '헬조선', '흙수저', 'N포 세대'처럼 아픈 용어들이 횡행하는 실정. 이 교수는 "이런 역설 사회의 해답은 '사회의 품격'"이라면서 "그것이 진정한 경제의 토대이자 민주주의의 토대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급속한 경제성장기를 살면서 성취감을 느끼며 중산층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후 등장한 에코 세대(1979~1992년생)는 형편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안'이 급속히 확산한 사회에 진출해야 해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생존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들 에코 세대는 더 높은 교육을 받고 다양한 능력의 자격증을 갖고 있으나 공무원처럼 안정적 직업을 갖고자 한다. 동시에 지질하게 살고 싶지 않아 하며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한다. 에코 세대가 겉으로는 풍요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 베이비붐 세대 역시 전대미문의 외환위기가 남긴 트라우마와 허무, 그리고 노후 불안을 좀처럼 떨치지 못한다.
이런 여건 속에 세대 간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 문제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각자도생하되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 공동체 의식이 낮아지다 보니 행복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안심하고, 포용하며, 신뢰하고, 활력 넘치는 '품격의 사회'를 만드는 해결책은 뭘까? 이 교수는 품격 있는 사회를 구현하려면 '정의', '평등', '연대', '역량' 네 가지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힌다. 사회경제적 안정성이 갖춰져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보장받고, 남녀·인종·직종 간 차별이 없고, 상호 신뢰와 공통의 규칙 아래 연대하며, 누구나 자기의 역량을 맘껏 펼치는 사회여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은 저자가 "물질적으로 성장하는 것보다 품격을 높여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며 제시한 '좋은 사회'의 모습-.
"미래에 대한 희망이 넘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고, 현실에 만족하며,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해 창업과 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참여를 통해 능동적 변화를 끌어내려는 공동체 의식이 높은 사회, 이런 사회라면 국민들의 행복감은 높아질 것이다. 선진국(先進國)을 넘어 선진국(善進國)이 되려면 경쟁에서 '공존'으로, 성장에서 '가치'로 가야 한다."
21세기북스 펴냄. 304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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