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동반 위축에 낮아진 성장 눈높이…"생산성 높여야"

입력 2019-05-22 12:00  

내수·수출 동반 위축에 낮아진 성장 눈높이…"생산성 높여야"
KDI, 올해 주요 지표 부진 전망…"빠르면 올 4분기 경기 저점 예상"
"단기적으로는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중장기적으론 생산성 높여야"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근거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위축이다.
그나마 살아나던 민간소비가 꺾이고,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수출은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를 찍는 등 뒷걸음질 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KDI는 우려했다.
KDI는 단기적으로 재정과 통화정책을 확장적 기조로 운영해 국내 경기가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정책 처방전을 제시했다.


◇ "빠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가 경기 저점 예측"

KDI가 22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직전 발표(작년 11월)보다 0.2%포인트 내린 2.4%로 전망한 주요 요인은 내수와 수출 위축이다.
민간소비는 성장률 하락과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실질구매력이 약해지면서 올해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복세였던 작년 2.8%보다 낮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되면서 작년(-1.6%)보다 더 부진한 -4.8%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 증가율 역시 주택착공 감소세로 작년(-4.0%)보다 악화한 -4.3%를 제시했다.
수출(물량 기준)도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수출경쟁력 저하로 상반기에 -0.1%를 기록하며 연간 1.6% 증가에 그칠 것으로 KDI는 예측했다. 4.2% 증가했던 작년보다 크게 둔화한 수치다.
KDI는 이러한 악화 흐름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장기 저성장 기조에 다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효과를 제거하면 우리 경제는 장기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장세가 완만히 둔화하고 있었고, 이례적인 반도체 호황 때문에 치고 올라간 성장률이 빠르게 꺼지며 원래 흐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KDI는 다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전후해 경기가 바닥을 찍은 후, 완만하게 회복하며 내년에는 다소 나아진 2.5% 성장을 전망했다.
올해 주요 지표 전망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보면 성장률은 2.1→2.6%, 민간소비는 2.1→2.3%, 설비투자 -10.1→0.8%, 건설투자 -5.5→-3.2%, 수출 -0.1→3.3% 등으로 하반기에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경기가 올라가다 장기 저성장으로 가까워지며 성장률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상황으로, 위기로 가는 조짐은 없지만 그렇다고 충분히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경기 저점은 빠르면 올해 4분기, 아니면 내년 상반기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KDI는 다만 미중 무역분쟁 심화나 최저임금 등 노동시장정책 변경에 따른 단기적 부작용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실제 지표는 전망치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반도체 수요 회복이 빨라지거나 기초연금·근로장려세제 등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 민간소비로 이어지면 전망치를 웃돌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건전성 고려한 재정 확장, 금리 인하 포함한 통화정책 완화 필요"


KDI는 단기적으로는 대내외 수요 위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확장적 기조로 조합해 운영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대규모 부양 조치까지는 아니지만,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심화하면서 국내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그 영향을 완충하는 여력을 민간에 제공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재정 수요에는 적극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면서도,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 진도율은 26.4%로, 작년 29.4%보다 떨어짐에 따라 향후 국세 수입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기에 재정 운용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인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서는 지난 3년간 세입 여건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재정 여력이 확보됐기에 과중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추경 지출이 장기적으로 고착화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세부 항목을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해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경기 대응 지출은 비경직적 성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국민건강이나 안전문제 관련 지출 중 반복적인 지출이 필요한 사업은 추후 본예산에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낮은 물가 상승세와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음을 고려해 금리 인하를 포함한 확장적인 기조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0%대로 하락했으며,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확장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한다고 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2%)를 넘어서거나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은 작다고 KDI는 분석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대출 건전성 규제 효과가 점차 나타난다는 점에서도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목표에 더 집중해 확장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KDI는 덧붙였다.
김현욱 실장은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될 때 명목금리가 같으면 실질금리가 높아지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추가 경기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2분기 성장률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금리 인하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2020년대 연평균 성장률은 생산성이 2010년대 수준에 머물 경우 1%대 후반으로 예상되지만 생산성을 제고한다면 2%대 초중반으로 전망한다"며 "비효율적 요소 개혁, 인적·물적자원 재배치, 형평성과 효율성의 균형적 향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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