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상·하원서 비공개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민간 선박과 송유시설에 대한 일련의 공격을 이란 정부의 소행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21일(현지시간) 상·하원에서 각각 비공개 브리핑을 하고 이같이 보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그들(폼페이오 장관 등)은 이란의 최근 위협들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를, 그리고 이란 정부가 선박과 송유관에 대한 공격들을 지시하고 조율했다는 점을 우리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 인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을 포함한 상선 4척이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행위) 공격을 받은 데 이어 14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소유의 송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사건을 가리킨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의회 브리핑 직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도 "이란이 이들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건 상당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며 이란 배후설을 제기했다.
최근 미국이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등을 급파한 것도 이란의 지도자들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에 "미국의 이익과 미국인들을 공격하라는 지시와 자유재량을 줬다"는 신빙성 있는 정보에 따른 대응 조치였다고 그레이엄 의원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과 섀너핸 장관대행, 던퍼드 합참의장은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란이 중동 지역의 미군과 미 외교관들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고위 외교·안보라인의 이날 보고를 둘러싸고 미 의회는 여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공격적 대응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보를 조작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루벤 가예고(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우리가 이란에서 전쟁하기를 원하는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정보를 오역하고 잘못 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예고 의원은 "우리가 이란과의 전쟁을 논의해야 할 이유를 가리키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호아킨 카스트로(텍사스) 하원의원도 "다른 사람이 먼저 주먹질하기를 바라면서 얼굴을 들이밀고 반격할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날 보고받은 정보가 "새롭고 믿을 만하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아니라고 옹호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비공개 브리핑에서 보고받은 정보를 가리켜 "게임체인저(판도를 뒤집을 사건)가 될 것"이라며 "그들(이란)은 과거 우리를 공격했지만 그런 날은 이제 끝났다는 점을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긴장 고조 행위가 아니라 대응 조치"라고 했고, 존 닐리 케네디(공화·루이지애나) 상원의원도 "지난 몇 주 동안의 우리 행동은 방어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엘리엇 엥걸(뉴욕) 하원 외교위원장도 비공개 브리핑 직후 "정부가 레토릭(수사)을 줄이기를 바란다. 그들은 그런 인상을 줬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이날 정부와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통령에게 부여된 '무력사용권'(AUMF) 규정에 따라 중동에서 새로운 군사 개입에 나설 권한이 있는지를 놓고 토론했다고 WP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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