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왜 팀 쿡을 후계자로 선택했나

입력 2019-05-22 14:15  

스티브 잡스는 왜 팀 쿡을 후계자로 선택했나
팀 쿡 애플 CEO 조명한 '팀 쿡'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이자 발명왕 에디슨에 비견되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2011년 10월 5일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세계는 애플의 미래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동안 애플에서 '살림꾼' 역할을 하던 새 CEO 팀 쿡이 잡스처럼 혁신적인 제품들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잡스가 사망한 지 8년이 지났다. 후계자로 팀 쿡을 지목한 잡스의 선택은 옳았을까.
근본적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실적만 보면 애플은 건재하다. 시가총액은 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했고 현금 보유고는 2010년 이래 네 배가량 증가했다. 아이폰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스마트폰 매출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잡스의 입김이 닿지 않은 팀 쿡 시대 제품인 애플워치는 웨어러블 시장을 창출했다.
애플 전문 저널리스트 린더 카니는 신간 '팀 쿡'(다산북스 펴냄)에서 "애플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팀 쿡의 리더십 아래 전례 없는 성공을 누리고 있다"며 "회의론자의 우려는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IT전문매체 와이어드닷컴 편집장을 지내고 현재 애플 관련 IT전문 사이트 컬트오브맥을 운영하는 애플 전문가다.
선지자로 추앙받던 잡스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은 것에 비교하면 팀 쿡의 이야기는 외부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잡스가 왜 자신과 정반대 스타일 리더인 쿡을 CEO로 지목했는지부터 쿡이 어떤 리더십과 경영철학으로 잡스의 후임이라는 무게를 견디며 애플을 이끌어왔는지까지 '애플의 조용한 천재' 팀 쿡을 둘러싼 궁금증을 파헤친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 시골 마을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쿡은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IE, 컴팩 등을 거쳐 37세였던 1998년 사업운영 부문 수석부사장으로 애플에 영입됐다.
당시 애플은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등 제조관리 분야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1993년 출시한 파워북 랩톱은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에 재고가 과도하게 쌓였고, 1995년에는 파워맥이 대성공을 거뒀지만, 주요 부품을 제대로 수급하지 못해 공급량을 맞추지 못했다.
쿡에게는 제조와 유통을 총체적으로 정비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재고를 30일 치에서 6일 치로 줄였고, 아웃소싱을 본격화해 애플을 흑자전환으로 이끄는 등 탁월한 능력을 입증했다.
사람들은 CEO가 된 쿡에게 잡스를 기대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잡스는 쿡이 자신의 복사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쿡도 잡스와 같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잡스는 세상에 없던 상품을 창조한 제품 전문가였지만 경영자로서는 허점도 많았다. 애플이 성숙한 세계 1위 기업이 된 시점에서는 효율적인 사업 운영과 관리를 맡을 CEO가 필요했다.
저자는 여러 전문가와 애플 직원 인터뷰 등을 통해 쿡이 '준비된 적임자' 였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측면에서 팀 쿡의 애플은 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잡스 시대 애플은 가장 진보적인 기업이라는 평판과 달리 세금을 회피하고 기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반면에 팀 쿡은 강력한 윤리의식을 강조한다. 오늘날 애플은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근로자 근로 환경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팀 쿡은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조용한 CEO지만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기꺼이 밝힌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자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의문점 하나가 남는다. 애플은 잡스가 이룬 것과 같은 혁신을 다시 이뤄낼 수 있을까.
저자는 희망적인 전망을 한다. 쿡에게는 앞으로 무엇이 위대해질 수 있는지 알아보는 안목과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로봇 자동차 등 새로운 분야에서 애플이 또 다른 혁신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애플의 위대한 3막은 의학과 보건, 피트니스, 자동차, 스마트홈 등 아직 컴퓨팅이 정복하지 못한 무대에서 펼쳐질 것"이라며 "애플의 미래 전망 또한 무척이나 밝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진환 옮김. 480쪽. 2만5천원.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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