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들여다보곤 하지요. 다들 신기해하니더."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창포동 두호종합시장 동남청과 천막 아래에서 연신 지지배배 소리가 났다.
이곳에는 제비 한 쌍이 둥지를 짓고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아 기르고 있다.
상가 주인 최필수(62·여)씨는 제비에 관해 묻자 귀찮은 기색 없이 환하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두호종합시장은 주변이 아파트와 주택, 상가 등으로 둘러싸인 도심지다. 숲이 별로 없다 보니 일반적으로 새가 둥지를 틀고 살기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곳이다.
제비는 4월께 이곳에 왔다가 새끼를 낳아 기른 뒤 초가을에 떠나곤 한다.
한국에서 이전에는 흔한 여름새였지만 환경 변화로 최근에는 도심지뿐만 아니라 시골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시장 동남청과 가게에는 10여년 전부터 매년 제비가 찾아오고 있다.
주인 최필수씨는 남편과 함께 처음 제비가 둥지를 틀었을 때부터 귀한 새가 찾아왔다며 내쫓지 않고 함께 사는 길을 택했다.
주변에 분변이 떨어지지 않도록 둥지 아래에는 나무 받침대를 만들어 설치했다.
이런 넓은 마음씨가 마음에 들었는지 해마다 제비 한 두쌍이 이곳을 찾는다.
올해는 두 쌍이 천막 아래에 둥지를 틀었다.
이 상가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동네 주민은 장을 보러 오갈 때면 한참 서서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곤 한다.
이날에도 둥지를 쳐다보며 "우와 제비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저 녀석들 먹는 것 좀 봐라"며 얘기를 나누는 주민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제비 부부는 새끼를 위해 곤충이나 벌레 등 먹잇감을 잡아 온 뒤 새끼 입속에 넣어주느라 분주했다.
공교롭게도 제비가 터를 잡은 상가 바로 옆에는 흥부식육점이 있다.
시장 상인이나 주민은 고전 소설 흥부전 얘기처럼 제비가 박씨를 언제 물어다 줄 것이냐고 농담을 건네곤 한다.
이 상가에서 30년간 장사를 해 온 최씨는 "우리 집뿐만 아니라 시장 상가 모두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며 "이 제비가 그런 복을 몰고 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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