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맥도날드 직원 성희롱 피해 속출…본사 대응 미온적

입력 2019-05-22 16:06   수정 2019-05-23 09:55

미국 맥도날드 직원 성희롱 피해 속출…본사 대응 미온적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맥도날드 내부에서 성희롱를 당했다는 직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회사측은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FP와 dpa통신 등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는 맥도날드 직원 수십명은 주총을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간) 시카고의 본사 사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사내 노조 결성 준비 단체인 '시급 15달러 운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20개 도시의 매장에서 근무하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25건의 관계기관 고발과 제소를 마쳤다고 밝혔다.
직영점과 프랜차이점을 막론하고 몸을 더듬거나 신체를 노출하는가 하면 성적 접촉을 제의하고 외설적인 말을 일삼는 등 다양한 형태의 성희롱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고발장의 요지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16세 직원도 들어가 있다.
이들은 간부들에게 도움을 거듭 요청했지만 외면당하거나 조롱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급 15달러 운동'은 오히려 근무 시간 축소, 견책, 해고와 같은 불이익을 당한 일부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접수된 맥도날드 직원들의 고발건수는 지난 2016년의 15건, 지난해 10건을 포함해 3년간 모두 50건에 이른다. 하지만 고발건의 상당수는 아직도 매듭 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맥도날드 본사는 피해자들의 성토가 계속되자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익명의 직통 신고전화를 마련하는 대책을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스티븐 이스터브룩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0)는 시위를 앞두고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민주. 일리노이)에게 보낸 서한에서 회사가 취하고 있거나 취할 대책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에 외부 단체의 도움을 얻어 성희롱을 더욱 명확히 규정해 용납될 수 없는 사례들을 알리고 있고 성희롱 예방 교육을 도입해 직영·프랜차이즈점의 직원 90%와 점장들이 이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6월부터 신고 핫라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6,7월 두달 동안 직원들과 성희롱 대응 및 교육을 논의하는 대화의 자리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미국 각지에 1만4천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이 가운데 95%가 프랜차이즈점이다. 프랜차이즈점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제한적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 피해자들을 대하는 맥도날드의 종전 입장이었다.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그러나 맥도날드가 밝힌 대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민자유연맹(ACLU) 소속의 질리언 토머스 변호사는 "회사가 개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기간에도 우리 의뢰인들의 대다수가 성희롱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고 꼬집으면서 회사의 대책은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라고 혹평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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