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 노형으로는 APR1400 유일…이르면 7월말 설계인증 취득
한국 원전 수출 경쟁력 공인…한국 원자력 60주년 기념일 '낭보'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차세대 원전인 'APR1400'이 미국의 최종 설계인증을 위한 법제화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
한수원은 22일 APR1400 원전에 대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관련 법안이 미국 시간으로 이날 미국 연방관보(www.federalregister.gov)에 게재된다고 밝혔다.
이날은 마침 한국 원자력 역사 60주년을 기념해 제주에서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관련 법안은 앞으로 30일간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며 공청기간 특별한 반대의견이 없으면 APR1400은 최종 설계인증을 취득한다.
이번 연방관보 게재는 법제화 과정의 일부로, 이르면 7월말께 설계인증 취득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수원은 전망했다.
설계인증은 미국 정부가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운영을 허가하는 일종의 안전 확인 증명서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국에서 결혼식에서 혼인 성사 선포에 앞서 장내 반대의견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절차"라며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최종 설계인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NRC 설계인증이 유효한 노형은 AP1000 등 미국 노형뿐인데, 한국의 APR1400이 미국 외 노형으로는 유일하게 설계인증을 코앞에 두고 있다.
앞서 일본 미쓰비시와 프랑스 아레바가 2007년 각각 NRC 인증 작업에 도전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미국 원자력 규제기관의 심사는 까다롭다.
한국이 1978년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를 순전히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로 지었으나 이제는 거꾸로 미국으로부터 우리 원전 기술을 당당히 인정받아 원자력 본고장인 미 본토에 한국 토종 원전이 진출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한수원은 "모든 법제화 과정이 마무리되면 경영진이 미국을 방문해 최종 설계인증서 취득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이 미국의 최종 설계인증을 받으면 앞으로 미국에서 원전을 건설할 때 표준설계를 제외한 건설 부지의 특성을 반영하는 분야의 안전성에 대해서만 심사를 받으면 된다.
이에 따라 건설·운영 인허가 기간과 비용이 줄어들어 미국시장 진출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한수원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원전 업계에서 신뢰도가 높은 기술력 지표로 인정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원전 수출의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설계인증은 15년 동안 유효하며 최대 15년 연장할 수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14년 12월 APR1400에 대한 표준설계인증을 신청했다. NRC는 2015년 3월 심사에 들어갔고 지난해 9월 28일 표준설계인증을 허가했다.
APR1400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1천400㎿(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형 원전으로, 신고리 5·6호기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등에 적용됐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도 APR1400이다.
국내 탈원전 정책 논란에도 불구하고 APR1400은 세계 주요국에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30주년 기념식에서도 참석자들은 "세계 원전규제의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NRC의 인허가 요건을 만족한 점이 굉장히 놀랍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10월에는 APR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