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초청연사 "에너지전환 이해하지만, 원전 계속해야" 다른 목소리
(서울·서귀포=연합뉴스) 고은지·변지철 기자 = 한국 원자력산업의 역사가 올해로 60년을 맞았다.
22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1959년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TRIGA Mark)-Ⅱ 도입을 결정한 것이 한국 원자력산업의 원년이다.
국내 원자력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8년 4월 29일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고리 1호기의 총공사비는 3억달러(약 3천400억원)로 당시 한국 연간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무모한 사업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정부는 영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했다.
고리 1호기를 걸음마를 뗀 한국의 원전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고리 2∼4호기, 신고리 1∼2호기,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한빛 1∼6기, 한울 1∼6기 등 총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원전 가동 첫해 발전량은 2천324GWh으로 전체 발전량의 7.4%에 불과했지만, 2018년도에는 13만3천505GWh를 발전하며 발전 비중이 23.4%로 늘었다.
국내 최대 원자력 국제행사인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는 한국 원자력산업 60주년을 기념하며 열렸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원전의 역사를 돌아보고 성과를 칭찬하기보다는 안전이나 에너지전환 등 '포스트 원전'에 대한 논의에 보다 더 무게가 실렸다.
현 정부 들어 처음 진행된 지난해 연차대회('변화의 시대, 내일을 준비하는 원자력')에 이어 올해('원자력 60년, 새로운 역할과 책임')도 변화와 책임을 강조하며 원전 산업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별세션과 패널세션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지난 21일 진행한 특별세션의 주제는 '원자력의 책임: 안전한 원전 운영과 사후관리'였고, 22일 패널세션1은 '원전수출과 산업 활성화', 패널세션 2는 '기후변화와 에너지믹스'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특별세션 패널로 참석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세계 원전해체 현황, 국내 원전해체 개요, 고리 1호기 해체 추진현황, 국내 해체산업체 현황 등 원전 발전보다는 해체를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초청받아 온 외국인 연사들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기조강연자인 마리아 코르스닉 미국원자력협회(NEI) 회장은 22일 원자력 에너지의 장점에 대해 강조하면서 한국이 원자력발전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르스닉 회장은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이해한다"면서도 "국내시장에 건전한 원자력을 가지면서 다른 나라에 원전을 지을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서 기존 원전은 수명연장을 하지 않고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는 방식으로 원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 방침이 이어진다면 신고리 5·6호기가 국내에서 건설하는 마지막 원전이 될 전망이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설계수명을 다해 영구정지됐고, 월성1호기는 아직 수명이 남았지만, 만성적자를 이유로 지난해 6월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또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절반인 12기의 수명이 2030년 종료된다.
또 다른 기조강연자인 모하메드 알-하마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에너지공사(ENEC) 사장은 "원자력이야말로 청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탈탄소화 노력에 큰 역할을 한다"며 "세계는 수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과 함께 탈탄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차세대 원전인 'APR1400' 기술을 받아들여 바라카 원전 1호기를 건설했고, 실제 운영을 앞두고 있다"며 "한국은 지난 60년간 이룩해낸 훌륭한 원전 기술을 통해 UAE의 탈탄소화를 함께 전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자력산업 60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던 이날 한수원은 APR1400이 미국 연방관보에 실리며 미국의 최종 설계인증을 위한 법제화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는 낭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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