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EU 탈퇴협정 법안 상정 강행…여당, 메이 사퇴 압박 가속화
(런던·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전성훈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법안에 대한 지지를 하원에 촉구하며 법안 상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에 반발해 내각에서 또다시 이탈자가 나오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분열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발표한 성명에서 오는 24일 EU 탈퇴협정 법안(Withdrawal Agreement Bill·WAB)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모든 편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일부에서 제기한 법안 상정 연기에 관해서는 "정부는 이미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면서 예정대로 6월 3일 시작하는 주에 EU 탈퇴협정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자신이 오래 총리직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뒤, 브렉시트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원에 "(브렉시트와 관련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피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메이는 전날 EU 탈퇴협정 법안의 뼈대를 공개하면서 하원이 원한다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개최, EU 관세동맹 잔류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야당으로부터는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고, 여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메이 총리가 야당에 끌려가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보수당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당대표 불신임 규정 변경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수당 규정상 1년 내에는 다시 신임투표를 열 수 없지만, 일부 의원들은 규정을 변경해 다음달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각료 중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별도로 메이 총리와 만나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총리실은 그러나 메이 총리가 각료들과 예정된 만남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전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 메이 내각 내 대표적인 브렉시트 지지자 중 한 명인 앤드리아 레드섬 하원 원내총무가 메이 총리의 대응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날 전격 사퇴했다.
레드섬 원내총무는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사직서에서 메이 총리가 바람직하지 않은 타협안을 수락했다면서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는 브렉시트를 찬성한 국민투표 결과를 이행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메이 총리가 마련한 법안으로는 진정한 영국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어렵고 제2 국민투표 역시 국민 분열을 조장해 영국을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메이 총리의 제안이 내각에서 충분히 검토되거나 승인되지 않았을뿐더러 현재 진행 중인 내각의 분열이 결국 집단 책임 체제의 완전한 붕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보수당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메이 총리와 경쟁하다 중도 사퇴한 레드섬 원내총무는 최근 메이 총리가 물러날 경우 당 대표 경선에 다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레드섬 원내총무의 사퇴를 계기로 브렉시트를 둘러싼 메이 내각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이 총리가 내놓은 타협안에 의구심을 가진 브렉시트 찬성파 인사들의 추가 사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존 맥도넬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레드섬 원내총무의 사퇴와 관련해 "우리는 정부의 붕괴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누가 메이 총리 후임이 되든 보수당이 다수당의 지위에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메이 내각 인사 가운데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부 장관, 에스터 맥베이 고용연금부 장관, 샘 지마 과학부 장관 등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발해 작년 말 사퇴한 바 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