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의장·집행위원장·의회 의장 등 '빅5' 주목
지역·이념·회원국 간 이익의 조화 필요한 고차방정식
EU 정상회의, 28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 첫 논의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의회 선거를 기점으로 유럽연합(EU)의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U는 미국, 중국과 함께 자칭타칭 'G3'(세계 3대 강국)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EU 차기 지도부가 어떻게 꾸려지느냐는 향후 EU 내부는 물론 국제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에서 가장 상징적인 5개 직책은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의장,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 의장, EU의 중앙은행 격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이다.
EU는 지역은 물론 정치적 이념, 성별, 각 회원국 이익, 초기 회원국과 후발 회원국 간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들 자리를 맡을 사람을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EU의 차기 지도부 구성작업은 상당히 난해한 고차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EU 지도부에서 제일 먼저 후임자가 결정되는 자리는 집행위원장이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은 EU 회원국의 행정부 수반 선출절차와 다소 차이가 있다.
대통령제 국가든, 내각책임제 국가든 선거결과에 따라 곧바로 행정부 수반이 결정된다.
28개 회원국 연합체인 EU에선 회원국 정상들 모임인 EU 정상회의가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하고, 유럽의회에서 최종적으로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는다.
여기에다가 EU는 지난 2014년부터 유럽의회 선거결과와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을 연계하도록 함으로써 집행위원장을 사실상 직선제로 뽑는 효과를 내도록 했다.
이에 유럽의회 내 정치그룹은 '슈피첸칸디다텐'으로 불리는 대표 후보를 내세워 선거운동을 총괄하도록 하고, 선거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그가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가 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14년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EPP) 계열의 장클로드 융커 슈피첸칸디다텐은 이 제도를 통해 EU 집행위원장에 선출됐다.
융커 위원장의 전례를 따른다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의 슈피첸칸디다텐이 집행위원장을 거머쥐게 된다.
그렇지만 이 제도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EU 정상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미 자신이 속한 EPP의 만프레드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그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EU 정상들은 이 제도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EU 정상회의는 유럽의회 선거 이틀 후인 오는 28일 회동을 갖고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문제를 논의할 예정인데, 이 같은 입장차로 인해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집행위원장 후보로 유력한 각 정치그룹의 슈피첸칸디다텐은 EPP의 베버 의원을 비롯해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당(S&D) 계열의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 반EU·반난민을 주장하는 극우·포퓰리스트 정치세력에선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등이다.
또 슈피첸칸디다텐 제도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EU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었던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EPP 진영의 유력한 대체후보로 거론된다.
EU 정상회의는 늦어도 내달 20, 21일 열리는 정례 정상회의 이전엔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정상회의가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유럽의회는 오는 7월 본회의에서 집행위원장을 뽑게 된다.
집행위원장 후보는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과반수(376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 공식 선출된다.
의회에서 선출된 집행위원장은 이후 회원국 정상들과 협의해 각 회원국에서 추천한 집행위원으로 집행위원단을 구성하게 된다.
집행위원단은 집행위원별로 유럽의회 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전체 집행위원단에 대한 찬반투표를 거쳐 구성을 마무리 짓게 된다.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차기 집행위원단은 오는 11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EU 집행위원장을 유럽의회에서 공식 선출하기에 앞서 EU는 유럽의회를 이끌 의장을 선출하게 된다.
또 EU 정상들은 EU 정상회의 의장과 ECB 총재,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선출문제도 함께 조율하게 된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최근 이들 '빅5' 가운데 한 자리는 여성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금까지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탈리아 외교장관을 지낸 여성인 페데리카 모게리니 대표가 맡아왔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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