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존폐위기에 처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이행방법에 불만을 표시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2일(현지시간) 대학생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핵합의 승인과 관련된 한 학생의 질문에 "(핵합의) 협상단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합의에 포함돼야 할 조건을 통보했다"라며 "이 조건으로 성사된 핵합의를 승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승인과 별도로 핵합의 이행은 내가 개입할 부분이 아니었다"라며 "핵합의가 이행되면서 (승인한 바와 다른) 그 방법에 대해 대통령, 외무장관과 같은 정부 관리들에게 수차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라고 답했다.
핵합의에 대한 최종 결재권자는 자신이었지만 이행이 승인한 내용과 취지대로 실행되지는 않았음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탈퇴 뒤 사실상 마비된 핵협상에 대한 책임과 거리를 둔 것이다.
이란에서는 핵협상이 좌초할 위기에 처하면서 애초 미국과 협상한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보수 세력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란의 신정일치 통치 체계상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보다 우위인 최고지도자가 정부의 실책과 정책실패를 꾸짖고 책임을 묻는 일이 흔하다. 신의 대리자 격인 최고지도자는 '무오류'라는 정치·종교적 완결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혁명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한 최고지도자는 정책의 이행에는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핵합의가 실제 이행하는 데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또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도 "민영화는 필요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라며 같은 논리로 정부를 질책했다.
미국 AP통신은 이날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언급에 대해 "핵합의 상대인 서방, 특히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선출직 지도자인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지목해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이란 권력 핵심부의 내분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핵협상을 반대하는 이란 내 보수진영의 비판에 대해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수차례 협상팀(이란 외무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한 만큼 이날 그의 발언이 정부를 불신하는 새로운 신호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미국은 2015년 맺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8월과 11월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했다.
제재의 영향으로 물가 급등, 리얄화 가치 하락 등을 겪은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 1년이 되는 지난 8일 핵합의의 일부 의무 이행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군을 견제한다며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B-52 전략 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배치했다.
이에 이란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하고 걸프 해역의 미국 군함을 이 사정권 안이라고 위협했다.
AP통신은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위험 수위 직전까지 이른 가운데 나온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발언이 이란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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