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아동 삶 개선 위해 국가 책임 확대한다"
가정위탁 등 아동보호방식 공적기구서 결정, 아동학대 조사도 지자체가 전담
창의성 키우는 놀이선도지역 선정, 보건소 아동 모바일헬스케어 시범사업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부모가 훈육 목적으로도 자녀를 체벌하지 않도록 정부가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을 손보기로 했다.
또 모든 아동이 태어난 즉시 정부에 등록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아동학대 조사를 시군구가 직접 수행하는 등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아동모바일헬스케어, 아동치과주치의, 영유아건강검진 등을 통해 아동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역·유치원·어린이집·학교에 놀이 인프라를 확대해 아동의 창의성과 사회성을 계발한다.
정부는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아동을 단순한 양육 대상이 아닌 생존권, 발달권, 참여권, 보호권을 가진 권리주체로 보고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제시한 과제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2020~2024)을 마련한다.
◇ '징계권' 개정으로 아동의 법적지위 강화…누락 없는 출생등록
정부는 아동 체벌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민법이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0년에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개정이 없었던 친권자 징계권 조항은 아동에 대한 체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인용됐고, 아동복지법상 체벌 금지 조항과도 상충하는 면이 있어 개정 필요성이 있었다.
친권자 징계권을 명문화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로, 스웨덴 등 54개국은 이미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했다.
정부는 징계권 개정이 아동 체벌에 대한 국민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출생신고도 없이 유기되거나 학대·사망·방임되는 아동을 줄이기 위해 '출생통보제'도 도입한다.
출생신고를 부모에게만 맡기지 않고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 없이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출생통보제로 인해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임산부는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기피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산부가 상담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신원을 감춘 채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보호(익명)출산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 아동보호 방식 공적 결정…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개편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춘다.
학대나 입양의뢰, 빈곤으로 인한 대리보호 의뢰,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생기면 지자체가 직접 상담하고 가정환경을 조사한다.
불가피하게 아동을 원가정으로부터 분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산하 '사례결정위원회'가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 방식(가정위탁, 그룹홈, 시설, 입양 등)을 결정한다.
담당 인력도 보강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지자체 책임하에 상담·가정조사·보호결정·사례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시군구의 평균적인 보호 필요 아동은 192명이나 담당 인력은 1.2명에 불과하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해 '전문가정위탁제도'도 도입한다. 현재 조부모·친인척 위탁이 아닌 일반 가정위탁은 7.8%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특수한 욕구가 있는 영아, 학대피해아동 등을 돌보기 위한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민간에 의존하는 입양체계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입양을 고민하는 친생부모에게는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사항을 먼저 지원한다.
또 친생부모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입양을 결정하지 않도록 입양동의가 아동 출생일로부터 1주일 후에 이뤄지게 한 '입양숙려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비 양부모의 '입양 전 사전위탁'을 제도화하고, 입양 전 법원 절차 진행과 입양 후 아동과의 애착 형성 등을 위해 '입양 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민간에서 수행하던 아동학대 조사는 앞으로 시군구 사회복지공무원이 맡는다. 학대 여부 판단도 시군구 사례결정위원회에서 한다.
또 올해부터 매년 1회 국내 모든 만3세 유아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는 '위기아동 전수조사'를 한다.
◇ 모바일 헬스케어 시범사업…가족이 자살한 아동에 학자금·심리상담 지원
아동발달 단계에 맞는 건강지원도 강화한다.
신생아기(4∼6주) 영아돌연사를 예방하고 고관절 탈구 등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영유아 건강검진의 검진 항목을 추가한다.
유아기(4∼6세) 검사에서는 난청검사(순음청력검사), 안과검사(굴절검사, 세극등현미경검사 등) 등이 추가된다.
아이들이 평생 건강한 자연 치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영구치가 완성되는 12세 전후에 구강검진·예방교육을 실시하는 '아동 치과주치의제도'는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으로 확대한다.
보건소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동의 운동량, 영양섭취 상태 등을 모니터해 비만아동 등을 관리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학대받은 아동이 긴급 심리평가를 통해 바로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립병원-정신건강복지센터-아동보호전문기관 간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아동·청소년에게 심리상담과 학자금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임산부는 내년부터 보건소를 직접 찾아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임산부 등록을 할 수 있고, 임신 주기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고위험임산부에 대해서는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출산 전부터 아동이 만 2세가 될 때까지 정신적 어려움을 보살핀다.
◇ 아동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 조성
정부는 아동이 놀이를 통해 창의성·사회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놀이혁신 정책을 추진한다.
놀이는 아동의 발달에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과도한 학구열 등으로 인해 아동이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48분에 불과하고, 어울리는 친구 수도 5.4명에 그친다.
신체활동과 놀이시간을 늘리기 위해 유치원·어린이집의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은 '놀이중심' 과정으로 바뀐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유아가 또래와 상호작용하며 놀이를 하도록 지도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 대해서는 40분씩 진행하는 두 번의 수업을 하나로 합치고 쉬는 시간을 모아 30분의 중간 놀이시간을 확보하는 등 놀이 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학교 환경 개선에는 5년간 5천억을 투자한다. 교실을 모둠 활동 등이 쉬운 형태로 개선하고, 복도·현관 등 교내 자투리 공간을 실내 놀이실로, 운동장·체육관 등을 블록형 놀이공간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20개 지방자치단체를 '놀이혁신 선도지역'으로 지정하고 놀이사업을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 학부모·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놀이혁신 위원회'를 설치해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놀이혁신 행동지침'을 수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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