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리·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모든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 = 이성주 지음.
"나라를 망치는 데에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송사(宋史)'에서 유래된 격언이다. 실제로 역사를 살펴보면 암군(暗君) 뒤에서 국가를 쇠망으로 이끌었던 간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왜 간신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며 익숙하고 오래된 질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간신들이 조직에서 어떤 쓸모를 인정받았기에 역사에서 사라질 수 없었다고 결론짓는다.
이번 책은 이 같은 가설을 바탕으로 조선 건국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간신들의 역사를 살펴보며 권력과 조직의 속성을 파헤친다. 계유정난의 한명회, 경술국치의 이완용 등 9명이 그 대상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다수의 간신은 군주의 필요 때문에 '발명된 존재'였다. 리더는 내부를 단속하고 권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외부의 적을 자주 활용하는데, 그 외부의 적을 찾지 못하면 내부에서 적을 새로이 만들어 조직에 적당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것. 권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내부의 적', 즉 간신은 적당히 이용되다가 쓸모를 다하면 조직의 오류를 모두 떠안고 내버려졌다. 이때 군주는 간신을 처단해 질서를 회복하고 정의를 세웠다는 명분까지 얻는다. 간신이 끊이지 않았던 까닭은 간신의 존재가 군주에게 이익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신하들도 스스로의 내부에서 간신을 만드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자신들이 일으킨 혼란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희생양을 만들 때 그러했고, 신권과 왕권의 대립에서 자신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을 명분을 보충할 수 있는 도구로도 이용했다.
추수밭 펴냄. 276쪽. 1만5천원.
▲ 엄마 심리 수업 = 윤우상 지음.
30년 경력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엄마가 꼭 알아야 할 숨겨진 심리를 자녀 교육 철학과 함께 제시했다. 그간의 상담과 치유 경험에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추가해 집필 6년 만에 출간한 것.
아이를 위해 애쓰는 엄마, 그 밑에서 병들어가는 아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바로 엄마의 무의식 때문이다. 정신분석적으로 엄마의 사랑을 들여다보면 그 밑바닥에는 불안과 욕망, 죄책감, 열등감이 숨어 있다. 어두운 엄마의 무의식이 사랑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아이에게 전달되고, 아이는 포장지에 든 독을 먹는다는 얘기다.
이 책은 엄마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갖는 다양한 감정과 심리적 기제, 즉 불안, 죄책감, 열등감, 상처, 의심, 분노 등이 평소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특히 미처 눈치채지 못한 엄마 무의식을 심도 있게 파헤쳐, 엄마가 자신의 핵심 감정을 알아채고 다뤄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도록 돕는다.
저자는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을 준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때로 위험한 사랑이다"며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전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엄마의 자기 성찰을 위해서는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심플라이프 펴냄. 296쪽. 1만4천원.
▲ 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 = 이창복 지음.
독일 소설가 장 파울은 말했다. "모든 인간에겐 태어난 순간 하나의 화살이 쏘아진다. 그 화살은 날고 또 날아서 죽음의 순간에 이른다." 즉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죽음과 만난다는 얘기다.
삶 없이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 없는 삶 또한 없다. 인간은 죽어가면서 삶을 새롭게 발견한다. 죽음이 인간의 삶을 성숙하게 만든다면, 인간의 삶은 죽음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삶의 성숙은 곧 죽음의 성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일 문학자인 이창복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명예교수는 불가사의하지만 매혹적인 죽음을 노래한 불멸의 명작을 찾아서 인생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했다. 철학, 역사, 종교, 심리, 예술을 넘나들며 죽음의 본질을 통합적으로 탐구하고 심리적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저자는 고대에서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계몽주의, 고전주의를 거쳐 낭만주의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독일 대문호들의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를 추적한다. 죽음이 그 시대의 사조에 어떻게 수용돼 인간의 삶을 정화했고, 어떻게 성숙한 죽음을 만들었는지 살핀다.
김영사 펴냄. 744쪽.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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