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르 "여건 조성안됐다"…통합정부 "군벌 병력 철수 때까지 지속"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수도 트리폴리를 두고 한 달 넘게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리비아 통합정부와 동부 군벌이 일제히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금까지 500명 이상이 희생된 양측 간 무력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은 이날 프랑스 엘리제궁을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면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약 1시간 20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하프타르에게 휴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프타르는 내전을 종식하기 위한 정치적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부했다고 AFP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하프타르는 그러면서 LNA가 트리폴리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무장 세력들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트리폴리 진격을 정당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뤄진 주세페 콘테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휴전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리비아 통합정부 역시 하프타르와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했다.
튀니지를 방문 중인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는 이날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과의 회견에서 하프타르가 병력을 철수할 때까지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리비아 통합정부 측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양측이 모두 대화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무력 충돌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장기전으로 비화할 우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가산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는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리비아 사태가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기나긴 전쟁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의 하프타르 군벌 세력을 비롯한 각종 무장 세력이 난립해 서부의 통합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4일 하프타르가 이끄는 LNA가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하며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현재의 리비아 통합정부를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했으나, 러시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 등은 하프타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분쟁이 시작된 이래 지난 48일간 최소 510명이 사망하고 2천467명이 부상했다. 7만5천여명은 집을 잃고 난민이 될 처지에 놓였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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