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왜 굳이 100킬로미터 레이스를 해야 하느냐고 누가 물으면 솔직히 대답이 궁하다. 아니, 한마디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그래도 굳이 단순하게 언어화하면 역시 '호기심'이라는 말밖에 없을 듯하다. 10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게 대체 어떤 일일까, 나도 할 수 있을까."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세기 말에 남긴 에세이가 국내에 다시 나왔다.
도서출판 문학동네가 꾸준히 펴낸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네 번째 시리즈 '장수 고양이의 비밀'.
1995~1996년 '주간 아사히'에 연재된 에세이 60여편을 모은 수필집이다.
이 시기는 하루키가 '노르웨이의 숲'과 '태엽 감는 새'로 인기와 문학적 성취를 함께 거머쥔 이후다. 따라서 세계적 밀리언셀러 작가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던 하루키의 당시 생각과 생활을 엿본다.
당시 몇 년간 일본을 벗어나 유럽과 미국에서 살던 그는 관조적 시각에서 일상을 관찰하고 독자에게 솔직히 고백한다. 인기 소설가로 도약했음에도 문단에선 비주류로 취급받던 고민도 털어놓는다.
마라톤 대회 참가 경험을 거론하며 달리기에 대한 애정을 틈틈이 드러내고 반려 고양이 '뮤즈'를 세심히 살피며 '작은 행복과 성취'의 기쁨을 말한다.
무려 20여 년 전 이야기지만 이른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말이 유행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어필할 하루키만의 개인주의적 감성이 물씬 풍긴다.
하루키 친구인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삽화는 따뜻하고 정겨워서 글의 풍미를 한층 돋운다.
홍은주 옮김. 344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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