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자영업 부진 여파…저소득층으로 가구 이전 현상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지난 1분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4년 만에 개선됐으나 시장소득 상황이 호전됐다는 판단을 내리기엔 이른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급증세를 타던 고소득층의 소득이 기저 효과 등에 따라 감소로 돌아서고 저소득층의 그간 급락세가 진정된 데 따른 영향이 커서다.
아울러 자영업 경기 부진 여파로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가구 이전 현상도 주목할 대목이다.
통계청도 확연한 개선보다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 소득 5분위 배율 4년 만에 개선…고소득층 소득 줄고 저소득층엔 정책효과
통계청이 23일 공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 자료를 보면 2019년 1분기 가구원 2인 이상 일반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80배로 전년 1분기(5.95배)보다 개선됐다.
5분위 배율은 1분기 기준으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하위 20%)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으로 나눈 것이며, 그 값이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1분위와 5분위 간 격차가 줄어든 것은 1분위 명목소득의 감소폭이 큰 폭으로 축소(작년 1분기 -8.0%→올해 1분기 -2.5%)된 데다, 5분위 소득이 감소로 전환(9.3%→-2.2%)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 1분위 명목소득은 급감하고 5분위는 급증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5분위 소득은 1분기 기준으로 2016년 1.8%, 2017년 2.5%, 2018년 9.3%로 지난 3년 연속 증가 폭을 키워오다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의 소득 급락이 멈춰서는 모습이지만 5분위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부진이 나타났고 특히 전년도 상여금 역기저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역기저효과가 생긴 것은 2017년 노사합의 지연으로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상여금이 작년 1분기에 지연 지급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계청은 1분위 소득 감소폭이 축소된 배경으로는 정책효과를 꼽았다.
정부가 지급한 아동수당과 실업급여 같은 사회수혜금과 국민연금, 기초연금의 효과가 1분위의 소득감소 진정세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실례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보면 1분위의 공적 이전소득은 1분기에 31.3% 늘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약 9.9배로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5.8배이므로 그 차이인 4.1배가 정책효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5분위의 소득감소에 일회성 기저 효과가 작용한 측면에 비춰보면 1분위 소득 감소세가 올해 들어 진정됐더라도 향후 5분위 배율 개선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 경기둔화 여파에 사업소득 감소세…가구이전 현상 주목
이번에 눈여겨볼 또 다른 대목은 가구이전 현상이다.
예컨대 종전 2분위였던 가구가 이번에 2분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1분위로 떨어진 것을 말한다.
통계청은 작년 1분기에 26% 급감했던 1분위의 사업소득이 이번에 10.3%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임금을 받아 올리는 근로소득과 달리, 사업소득은 자영업처럼 개인사업으로 번 돈을 뜻한다.
박 과장은 "2분위나 3분위에 있던 자영업 가구가 사정 악화로 1분위로 떨어지는 게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분위에서 자영업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종전보다 커지면서 사업소득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는 경기둔화에 따른 자영업 부진이 꼽혔다.
이는 전체 가구로 범위를 넓혀봐도 어느 정도 확인됐다.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1.4% 줄며 작년 4분기(-3.4%)에 이어 2분기째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 흐름을 봐도 현재와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까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소매판매액은 1.7% 늘면서 작년 같은 기간 증가율(5.3%)을 밑돌았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명목 처분가능소득이 이례적으로 감소(-0.5%)한 점도 눈에 띈다.
전체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1.3%에 그친 반면에 비소비지출은 8.3% 늘어난 결과다.
비소비지출 중에는 이자비용이 17.5% 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가계부채(가계신용)가 1천5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기준금리를 올린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9.1%)과 사회보험(8.6%)에 대한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감소는 결과적으로 소비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2분기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 과장은 "전체적인 소득 수준은 근로소득이 소폭 증가한 반면 사업소득이 감소하는 등 시장의 소득 창출 여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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