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측, 23일 오전 공문…"제반 정세상의 이유"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류미나 정빛나 기자 = 중국 선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북 민간단체들과 북측 간의 릴레이 실무접촉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단체들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전 6·15 공동선언 실천 해외위원회 명의로 팩스 공문을 보내 회의 취소 및 선양 현지 인력 철수를 통보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 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오전 비행기로 선양에 도착해 회의 장소로 이동 중에 이 같은 전갈을 받았다"면서 "아직 예정된 회의 일정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일단 현지에서 좀 더 경위를 파악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북측은 공문에서 취소 사유에 대해 "제반 정세상의 이유"라고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 사단법인 겨레하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등 이날부터 26일께까지 줄줄이 선양에서 북측과 접촉 예정이었던 다른 단체들도 모두 취소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화협 관계자도 "상황이 바뀌어서 회의를 취소한다는 취지로 통보받았다"면서 "인력 철수까지 명시한 거로 볼 때 당분간 실무접촉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실무접촉은 남측위가 23∼24일께, 겨레하나가 24∼25일께, 민화협이 26일께 갖는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번 실무접촉은 북측이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에 가까스로 불씨를 살려낸 남북교류 움직임이 또다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측이 취소 사유로 '정세 변화'를 특정해 거론한 것을 두고 미국의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 압류 조치 이후 또다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북미관계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하노이 결렬 후 미국으로부터 전향적·유화적 메시지를 기대했던 북한으로서는 선박 압류를 포함한 사실상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더욱 강한 '결사의 배수진'을 칠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와중에 사실상 '노액션'으로 일관하는 남측과의 교류는 무의미하다는 나름의 불만 표출도 읽힌다"고 설명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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