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익명출산제 도입하고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 조정키로
아동보호방식 공적기관이 결정, 아동학대 조사 주체 민간→공무원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정부는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부모의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위기 아동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따라 책임을 지고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동 최선의 이익'은 UN 아동권리협약뿐 아니라 각국 아동보호법이 강조하는 원칙으로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결정할 때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먼저 아동의 '등록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출생신고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어 종종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발견된다.
2016년 광주에서는 자녀 10명 중 4명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가 적발됐는데, 미신고 기간이 최대 18년에 달하는 자녀가 있었다. 이듬해 부산에서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신생아 2명의 시신이 냉장고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워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된 아동도 2017년 한해 261명에 달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학대를 받고, 영아매매 피해를 보고, 방임된 채로 사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에서 아동이 출생하면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하게 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출생 후 즉시 등록되고 부모를 알게 되는,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지만 사정에 따라 병원 출산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고 외국인 정책과도 관련이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법무부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출산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임산부가 상담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신원을 감춘 채 출산신고를 할 수 있는 '보호(익명)출산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불법 체류 외국인이 낳은 아동에 대해서도 출생신고를 받고 기본권을 보장할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아동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책임도 커진다. 정부는 공적 보호 체계를 개편해 학대·빈곤·유기 등으로 발생하는 보호 필요 아동에 대한 보호결정·관리·가정복귀 등 전 과정을 지자체 책임하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학대·유기·이혼·빈곤 등으로 가족과 분리되는 아동은 연간 4천∼5천 명이며, 전체 분리 보호 아동은 4만4천 명이다. 또 하루 평균 50명이 학대받고 있고, 매월 2.6명의 아동은 학대로 사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호조치 결정에 필요한 상담·가정조사를 민간 보호시설이 했으나 앞으로는 지자체가 직접 수행한다.
부모와 분리해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공무원과 사례관리자, 아동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례결정위원회'가 가장 적합한 보호방식을 결정한다.
아동학대 조사도 공공화한다. 현재는 민간인 신분인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아동분리, 현장조사 등에 나섰지만, 조사거부 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고 조사 대상자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등 업무 이행이 쉽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한계를 직시하고 시군구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늘려 학대조사 업무를 시군구로 이관하고 경찰과 함께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대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을 보호하면서 피해자 상담, 생필품 제공, 부모교육 등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개편된다.
정부는 가정 내 체벌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민법으로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기로 했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친권자 징계권을 명문화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로, 일본도 최근 친권자의 자녀 체벌금지를 명기한 아동학대방지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후 징계권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가정 내 체벌에 관대한 편이다. 2017년 전국 성인 1천명에게 '사랑의 매, 맴매 등으로 일컬어지는 체벌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결과, 68.3%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 6.5%는 '필요하다.' 2.0%는 '매우 필요하다'고 답해 전체적으로 76.8%가 체벌 필요성에 동의했다.
하지만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부모로 확인되는 등 상당수 학대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어 체벌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그대로 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 법체계는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를 모두 폭행 또는 상해죄로 다루고 있으나 국민은 체벌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의 체벌은 여전히 허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친권자의 징계에 체벌이 당연히 포함된다'는 인식만큼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법상 징계권의 한계를 명확히 해야 체벌과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민법상 징계권이 체벌이 아동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입양에서도 공적 책임을 강화한다. 지자체는 입양을 고민하는 친생부모를 직접 찾아가 양육에 필요한 지원을 먼저 하고, 입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계획이다.
국가·지자체는 입양 절차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아동권리보장원·입양기관은 입양 실무 위탁 수행하게 함으로써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입양기관에 아동 1명당 270만원의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위탁 업무에 대한 기본 인건비·운영비 지원하는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다.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비 양부모의 '입양 전 사전위탁'을 제도화하고, 입양 전 법원 절차 진행과 입양 후 아동과의 애착 형성 등을 위해 '입양 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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