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수장고'…전시·열람 기능도 갖춰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영남권에서 나온 매장문화재를 한데 모아 보관하고 연구할 '열린 수장고'가 경주에 들어섰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연면적 9천242㎡, 수장 면적 6천29㎡인 영남권수장고 준공식을 23일 개최했다.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이 있는 기존 전시 공간에서 옥골교라는 다리를 건너면 닿는 영남권수장고는 국립경주박물관은 물론 국립대구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이관해 관리한다.
민병찬 경주박물관장은 "일반 사람들이 수장고를 궁금해해서 도서관처럼 전시와 열람 기능을 갖춘 열린 수장고로 만들었다"며 "관람객을 위해 별도로 전시실과 전시 수장고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남권수장고는 로비와 전시실, 전시 수장고가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된다.
전시실은 문화재 재료를 금속·보석·흙·돌·직물 등으로 나눠 설명하고, 문화재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아울러 문화재를 전시할 때 적합한 조도, 진열장에 사용하는 자재 특성, 지진에 버티는 면진 시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로비 정면에 보이는 전시 수장고 중앙부에는 토기와 기와가 가득하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유물 수만 3천∼4천 점에 달한다.
이재열 경주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신라시대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도록 시작부터 끝까지 시간순으로 토기와 기와를 전시해 유물 변화상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 수장고 오른쪽에는 천관사지·고선사지·감은사지·사천왕사지·망덕사지·석장사지·분황사 등 사찰별 출토 유물을 모았고, 왼쪽에는 월성 해자·화곡리 생산유적·황성동 제철유적·방내리 고분군 등에서 찾은 문화재를 차곡차곡 진열했다.
유물에는 유물 번호 외에 설명문을 별도로 게시하지 않고, QR코드를 찍어 정보를 확인하도록 했다.
영남권수장고에는 전시 수장고 외에도 수장고 9개가 더 있고, 소장품 등록실과 열람실을 비롯해 유물을 소독하는 훈증실·촬영실·아카이브실이 있다. 소장품 등록실과 열람실은 벽에 대형 유리창을 설치해 바깥에서 내부 작업을 관람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일반 수장고에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평범한 수납장이 아니라 도서관에 있는 이동형 서고처럼 수장대를 만들었고, 유물을 넣고 꺼낼 때는 지게차 같은 장비를 활용하도록 했다.
임재완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물류창고처럼 유물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보관하도록 설계했다"며 "수장고는 규모 6.8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으며, 수장대가 레일에서 탈선하거나 유물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영남권수장고는 유물 60만여 점을 보관할 수 있는데,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5만여 점이 있다"며 "향후 20년간은 영남권 출토 문화재 보관에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 2월에 영남권수장고 명칭을 공모했는데, 아직 이름이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수장고 개관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박물관의 수장고 신축과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내년 상반기에 충청권 유물을 관리할 수장고를 개관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까지 4개 수장고를 복층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임 연구사는 "수장고에 서면 남쪽으로 남산, 동쪽으로 낭산, 서쪽으로 선도산, 북쪽으로 월성이 보인다"며 "많은 사람이 박물관과 함께 수장고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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