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독재자는 갔지만 독재체제는 남아 반격" "반혁명 시작됐다"
야권 총파업 선언과 군부 중무장 병력 증강 배치로 위험한 정국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30년 군사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를 축출하는 데 성공한 수단에서 과도정부의 주도권을 놓고 야당·시민연합과 군부가 대립하는 가운데 야권의 총파업 선언과 군부의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병력 증강 배치로 수도 하르툼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바시르는 지난해 12월 빵값 인상에 대한 항의 시위로 촉발된 민중봉기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가 지난달 군부 쿠데타로 쫓겨났다.
야권연합 세력의 공식 명칭은 지난 1월 발표한 '자유와 변화 선언'을 딴 '자유와 변화 선언 힘'(DFCF·Declaration of Freedom and Change Forces).
DFCF와 현재 쿠데타 정권인 과도군사위원회는 과도 정부 기간을 3년으로 하고 그 기간 입법부 역할을 할 입법위원회 의석의 3분의 2를 DFCF가 차지한다는 등에 합의한 상태.
그러나 국가 최고권력기구인 11인 최고위원회(supreme council)의 다수를 어느 쪽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벌인 협상이 21일(현지시간) 결렬됨에 따라 정국이 위험하게 흐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바시르 축출 후 만개했던 희망감이 좌절감으로 변하면서 수단의 혁명 밀월기가 끝나고 있는 징조"라고 말했고, 포린 폴리시는 "독재자 바시르는 갔지만 그의 체제는 남아 반격"하고 있다며 "반혁명이 시작됐다"고 평했다.
군부는 바시르를 축출할 때 민정 이양을 다짐했으나 이를 번복하려는 한다는 것이다.
"군부는 바시르 치하에서 배운 대로, 세부적인 내용을 갖고 오래 끌면서 야권이 헛바퀴를 돌리다 제풀에 지치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미국의 연구소인 애틀랜틱위원회의 캐머런 허드슨 선임연구원은 포린 폴리시에 말했다.
야권과 군부 간 협상을 방해하려는 징조는 이미 지난 13일 나타났다. 야권과 군부가 입법위원회 구성에 합의 한 후, 정규군과 별개의 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차림의 괴한들이 연좌시위대에 마구 총격을 가해 민간인 6명이 숨지고 77명이 총상을 입었다.
최종 합의 발표가 예상됐던 이틀 뒤에도 이들의 공격으로 14명이 부상했다. 정보기관 장교가 RSF 복장을 하고 있다가 의사들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외신들은 과도군사위원회 내부에서 협상에 반대하는 세력이 시위대를 도발해 협상을 깨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현 쿠데타 정권의 실세인 모함메드 함단 다갈로 RSF사령관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올해 44세로 과도군사위원회에서 가장 젊으면서도 2인자 자리인 부위원장을 차지한 그는 다르푸르 내전에서 RSF가 반군 소탕을 앞세워 민간인에 대한 살해, 강간, 방화 등을 자행한 것 때문에 악명이 높다.
헤메드티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바시르의 총애를 받았던 자신이 바시르의 시위대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바시르 축출을 주도했다고 자랑하면서 "우리는 시위대가 말하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인지 DFCF에서도 헤메드티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 않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현 정국에서 목소리를 키우는 이슬람국가(IS),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운동 세력에 대한 균형추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헤메드티는 그러나 지난 18일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원한다"면서도 시위대를 향해 더 이상의 "혼란"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하순엔 시위가 계속되면 군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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