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9.13 부동산 대책 주도…"전문성·원칙으로 일해달라"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해결사' 김용범(57)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부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행시 30회로 1987년 재무부에서 경제관료의 길을 시작한 지 32년 만이다.
금융업권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위의 가장 큰 성과로 '위기관리'를 꼽는다. 대형 위기로 비화할 수 있는 국면에서 처방전을 제시하고 상황을 연착륙으로 이끄는 관리 능력이다.
지난해 초 가상화폐 대책이나 같은 해 9월 9·13 부동산 대책이 이런 정책으로 꼽힌다.
가상화폐 시세가 60배 넘게 폭등하던 시절이었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서민들의 박탈감이 비등하던 국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내놓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와 다주택자의 대출을 제한하는 9·13 주택시장 안정방안은 효과를 냈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이후 한국 가상통화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은 서서히 꺼져갔다.
9·13 대책 중 대출 제한책은 세제나 주택 공급 확대방안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냈다.
김 부위원장은 두 대책 모두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전문가 집단으로서 금융위의 할 일을 한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회고했다.
이는 위험 상황에서 제기되는 각종 강성 대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을 의미한다.
가상화폐 시장이 2017년말과 2018년초에 들끓어 오르자 일각에선 가상화폐 거래소 전면 폐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이런 조치를 반대했다. 거래소 폐쇄 시 발생할 혼란을 수습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그는 대신 시중은행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제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를 조이자 가상화폐 열풍은 서서히 시들어갔다.
지난해 가을 9·13 대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동산 시장의 광풍을 차단하고자 초강성 대책들이 초기에 거론됐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던 시기였던 만큼 과도한 대책에 대해 전문가 집단도 브레이크를 걸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과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투기의 주범이었던 '갭투자'를 차단하자 10월 이후 시장은 하향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증권선물위원장으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낸 데 대해선 적절성 논란이 있다. 결론은 '분식'이었으나 처리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너무 호의적이었던 것 아니었느냔 지적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에 대해 공식 회의를 통해 논의한 시간만 100시간, 속기록이 1천 페이지를 넘는다"면서 "속기록을 보고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사무관 시절 겪은 IMF 외환위기 때 깊은 좌절과 상처, 아픔을 한시도 잊지 않았고 우리 국민이 다시는 그런 수모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한국 금융과 시장을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왔다"면서 "이제 한 사람의 자유인으로 돌아가 바삐 사느라 소홀했던 부분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후배 공무원들에겐 "일을 하다 보면 오해받는 일도 억울한 일도 많다"면서 "그럴 때일수록 전문성과 원칙으로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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