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국방수권법안 "주한미군 2만8천500명 이하로 축소 금지"

입력 2019-05-24 10:05   수정 2019-05-24 14:03

美상원 국방수권법안 "주한미군 2만8천500명 이하로 축소 금지"
2020회계연도 법안 공개…전년도의 '2만2천명'보다 높여 현수준서 못줄이게 해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주한미군 규모를 지금의 2만8천500명 이하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2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발효된 2019년도 국방수권법이 2만2천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한 것에 비해 6천500명 늘어난 것으로, 미군의 한국 주둔 필요성을 한층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상원 군사위의 짐 인호프 위원장과 잭 리드 민주당 간사 의원이 이날 공개한 국방수권법안은 주한미군과 관련해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2만8천500명 아래로 감축하는 것을 금지한다"라고 규정했다.
2만8천500명은 현재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와 동일한 것이다. 북한의 위협 수준을 고려할 때 적어도 지금 규모보다 주한미군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작년에 통과된 2019년도 국방수권법에 담긴 주한미군 최저 규모인 2만2천명보다 많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한 주한미군 감축 같은 상황을 의회 차원에서 강력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양측의 대화 노력이 장기 교착에 처하고 북한의 최근 발사체 도발 등 긴장이 고조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열어둔 2019년도 국방수권법안은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북미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던 즈음인 지난해 7월 상·하원을 통과하고, 같은 해 10월 발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월 3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할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방위비 부담에 대해 불만을 반복해서 토로하고 시리아 철군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는 등 예측하기 쉽지 않은 언행을 보이면서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도 "그곳에 미군을 주둔하는 매우 큰 비용이 든다는 걸 알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주둔 비용 문제 때문에 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문제가 북미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가능성을 주시해왔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는 의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상원 군사위의 국방수권법안이 법률이 되려면 앞으로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앞으로 하원 군사위에서 동일한 명칭의 법안을 제출하면 두 위원회는 조정을 거쳐 타협안을 도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법률로 제정된다. 로이터통신은 하원 법안이 다음 달 제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상원 국방수권법안은 주한미군 감축 제한과 더불어 한국과 미국, 일본의 삼각 방위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또 미국의 안보 상황에 대해 "세상은 최근의 기억보다 더 불안정하고 위험하다"며 "우리의 군사적 패권 여지는 중국, 러시아 같은 전략적 경쟁국들의 새로운 위협으로 인해 침식 및 약화했으며, 동시에 북한과 이란, 테러조직의 끈질긴 위협에 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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