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시작일뿐'…美, 첨단기술 대외이전 차단 확대 추진

입력 2019-05-24 09:57   수정 2019-05-24 11:14

'화웨이는 시작일뿐'…美, 첨단기술 대외이전 차단 확대 추진
AI·3D프린팅·로봇공학 등 '미래 먹을거리' 정조준
상무부 수출통제책 개정…中출신 엔지니어·과학자 차단도 검토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 핵심부품 공급을 차단하는 제재의 범위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최근 제재는 시작일 뿐이며 그 대상이 인공지능(AI)과 같은 여러 차세대 첨단기술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2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상무부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기업들의 이름을 올리는 블랙리스트(entity list)를 개정해 몇 주 내에 구체화하기로 했다.
통신은 새로운 규정이 올해 여름에 공개되고 수출제한의 대상이 되는 기반 기술은 올해 하반기에 따로 규정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들과 거래할 때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핵심부품이나 서비스의 공급을 차단해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가 작년부터 미국 기업들,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들과 함께 블랙리스트 확대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 내부의 통상 강경파들이 AI, 로봇공학, 3D프린팅과 같은 미래의 먹을거리와 관련된 기술로 범위를 확대하는 새 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이 규정에 따라 외국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얻는 지식이 민감한 수출로 판정돼 미국 기업들이 외국 인력을 채용하는 데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상무부의 수출제한 조치는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을 고려하면 개정된 규정이 가장 먼저 적용될 곳은 중국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넘어 중국 기업에 대한 핵심부품 수출을 제한하는 쪽으로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화웨이에 대한 상무부의 수출제한 조치, 하이크비전을 비롯한 감시장비 업체들에 대한 같은 조치 검토 등이 이런 정책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상무부의 블랙리스트 개편은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라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론에도 부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때문에 미국 산업이 쇠퇴하고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국가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삼아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을 촉발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한 자동차 고율 관세 위협도 상무부의 국가안보 위협 판정이 내려지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주요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과도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수출통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면 수익성이 좋은 시장을 잃고 미국의 혁신 역량이 저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MS는 상무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많은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연구 협력에서 미국이 고립될 위험이 있어 수출통제가 잘못 시행되면 미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GE는 AI가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라며 수출통제가 너무 넓게 적용되면 질병을 찾는 첨단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말하는 곰 인형까지 모두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무부의 수출통제 확대안을 둘러싼 논의가 애초 상무부와 더 강경한 국방부의 줄다리기였으나 최근 들어 주도권이 점점 더 정부 내 매파 관리들로 넘어가고 있다는 형국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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