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픽처 플레인'서 칼더·리히터·카츠·호크니 등 거장 한자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스테빌은 휴식하는 모빌이며, 모빌은 움직이는 스테빌이다."(프랑스 미술사학자 조르주 살스)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를 현대 미술사에 길이 남게 한 것은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이다. 칼더는 모빌에 대응하는 개념의 정지된 조각인 스테빌도 만들었다. 스테빌 크기를 점차 키워 기념비적인 대형 조각을 만들 생각이었다.
칼더의 모빌과 스테빌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막했다.
갤러리 천장에 매달린 1969년작 모빌 '빨간 초승달'보다 흥미로운 것은 1936년에 제작된 초창기 스테빌 '더 클로브'다. 검고 납작한 2개 면이 십자로 날렵하게 교차한다. 이 작품은 당시 유명 화상인 피에르 마티스가 기획한 전시 도록의 표지를 장식했으며, 미국아트딜러협회(ADAA)에서 형체를 본떠 트로피를 만들기도 했다.
'픽처 플레인'은 칼더를 비롯해 20세기 서양미술사를 수놓은 12명의 작업을 한 자리에 선보이는 전시다.
독일 표현주의를 이끈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1880∼1938)와 회화·조각 경계를 허문 '콤바인 페인팅'으로 유명한 로버트 라우센버그(1925∼2008), 기하추상의 주요 작가인 프랑수아 모를레(1926∼2016) 작품이 한 자리에 걸렸다.
무대미술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데이비드 호크니(82) 그림 '거의 스키 타듯이'(1991), 2007년 독일 쾰른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업과 이어지는 게르하르트 리히터(87)의 색채 그리드 '25색' 등 현재도 명성을 떨치는 생존작가 작업도 나왔다.
이밖에 알렉스 카츠, 시그마 폴케, 앤디 워홀, 나라 요시토모, 스털링 루비, 빌럼 더 코닝(빌렘 데 쿠닝) 작업도 전시된다.
7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컬렉터인 수잔 앤 로렌스 반 하겐 콜렉션에서 선별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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