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기로서 기사회생…"조언하며 기술도 보여주고파…그낭 잘 뛰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길에서 죽어가던 사람을 살려주신 거죠."
전태풍(39·180㎝)은 프로농구 2018-2019 시즌이 끝난 뒤 전주 KCC와 재계약이 무산되면서 은퇴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서울 SK의 부름을 받고 새 출발을 하게 된 베테랑 가드 전태풍은 새 팀에서 '즐거운 마무리'를 꿈꾸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SK와의 계약서에 서명한 뒤 만난 전태풍은 "2년간 많이 뛰지도 못한 채 다른 구단에서 연락도 못 받고 선수로서 이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살아났다. 웃으며 좋은 기억을 갖고 은퇴할 기회를 얻었다"며 미소 지었다.
2009-2010시즌을 시작으로 7시즌을 보낸 KCC에서 재계약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전태풍은 선수 생활을 마칠 위기에 놓였다.
결별 과정에서 KCC와의 마찰도 드러나면서 여러모로 순탄치 않았으나 극적으로 SK가 그의 손을 잡았다.
SK 유니폼을 입기까지 전태풍 스스로 우물을 파는 노력도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밥이랑 김만 줘도 될 정도"라고 표현할 만큼 간절한 상황에 SK 소속 김민수에게서 문경은 감독의 연락처를 받아 술에 취한 채 전화를 걸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태풍은 "처음 전화 걸었을 때 어색하게 '저 태풍입니다. 감독님, 저 KCC와 끝났습니다.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돈보다 즐겁게 뛰고 싶다. 10분, 15분이라도 좋다고 얘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타 구단 영입의향서 제출 마감 시한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어 “이제 농구 교실을 열어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때 문 감독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전태풍은 "일이 잘 안된 것 같아서 감독님에게 '괜찮아요'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영입한다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며 당시 동작까지 재연해 보이며 기쁨을 전했다.
선수 생활의 막바지를 함께 하게 된 SK는 이전부터 좋은 인상을 지녔던 팀이다. "체육관도 NBA 느낌이 난다"며 기대감이 크다.
전태풍은 "노장이니 (김)선형이나 (최)준용이 등 다른 선수들에게 조언해주고 젊은 선수들을 응원도 하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기술도 보여주고 싶다"면서 "어떤 기록을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잘 뛰고 싶다. SK가 잘 되고, 좋은 기억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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