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경 자세 바꾸지 않으면 중국도 서두르지 않을 것"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경우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전쟁 해소를 위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불투명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고, 그것은 아마 매우 결실 있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격화일로에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낳게 했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전쟁 휴전'을 끌어낸 것처럼 이번에도 두 정상이 만나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SCMP는 최근 중국 측에서 나오는 발언의 강도를 놓고 볼 때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SCMP에 따르면 장옌성(張燕生)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연구원은 지난 22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이라면 G20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동양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하는데, 미국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이 무역협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정부 주최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러한 발언은 중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절대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SCMP는 해석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협상 문은 열려 있지만, 화웨이와 다른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무역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일본 외교 소식통은 SCMP에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인 양자 회담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눌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양자 회담을 원한다면 누군가를 중국으로 보내 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두 정상의 공식적인 양자 회담이 없다면 이는 단기간 내에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 또한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양국의 무역·기술 분쟁이 장기전으로 악화한다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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