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국 선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민간교류를 위한 남북 간 릴레이 실무협의가 줄줄이 무산될 처지에 놓여 있는 모양이다. 대북 민간단체인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6·15 남측위)는 23~24일, 겨레하나는 24~2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26일께 각각 북측 실무진과 연쇄 접촉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쪽 인사가 만나기 직전 북측이 일방적으로 실무협의 취소를 통보해왔다. '6·15 남측위'는 귀국하기에 앞서 가까스로 북측 인사를 만날 수 있었으나 6·15 남북공동 행사 등 당초 예정된 의제는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겨레하나와 민화협은 북측 실무진과 접촉 자체가 여전히 취소된 상태다.
대북 민간단체의 이번 실무협의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냉랭해진 남북관계를 녹일 불씨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공식화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지원 규모와 방법, 시기 등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대북창구마저 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협의는 북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어서 기대감이 더욱 높았다. 그러나 '제반 정세상의 이유'를 들어 북측이 실무협의를 취소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북측의 통보 내용과 '6·15 북측위'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취소 사유는 미국의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 압류 조치 이후 또다시 악화 일로를 걷는 북미 관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북교류의 세 축이라면 중앙·지방정부와 민간단체다. 이 세 축은 각기 역할을 분담하고 강점을 서로 살려 나가야 한다. 남북문제는 민감성이 높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적 규모의 큰 틀에서 이루어야 할 남북 간 교류와 합의는 당연히 중앙정부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인도주의나 민족의 동질성 회복 차원의 교류와 협력은 민간단체나 지방정부가 나서야 더 효율적이다. 남북교류를 중앙정부가 홀로 추진하다 보면 대내외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외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내적으로는 남남갈등이나 이념적 충돌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남북 당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먼저 합의를 한 뒤 민간교류를 진행하겠다는 선관후민(先官後民)의 틀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보니 민간부문의 교류와 협력은 기대한 것만큼 활성화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정부 때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치달으면서 민간교류 생태계가 모조리 파괴되다시피 했다. 이를 복원하려면 남북 당국은 민간부문의 자율성을 더 존중해줬어야 했다.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지속가능한 교류협력사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태계가 진즉 복원됐더라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식량 지원사업도 쉽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북 간 민간교류는 정치적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인도주의적 교류와 협력의 끈은 결코 끊겨서는 안 된다. 남북이나 북미 관계가 정치적으로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오히려 민간이 전면에 나서 경색국면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남북 당국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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