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에 의한 폭발 가능성 제기…"제대로 설치·관리됐다면 폭발 없어"
경찰, 부실시공·점검, 안전장치 작동 여부 등 모든 가능성 수사
(강릉=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의 수소 저장탱크 폭발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하고 있다.
폭발사고는 지난 23일 오후 6시 22분께 강릉시 대전동 강릉과학산업단지 내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1공장 옆 수소 저장탱크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1기당 40㎥(4만ℓ) 규모의 수소저장 탱크 3기 중 하나는 완전히 날아갔고, 나머지 2개는 두께가 1.5㎝가량 되는 측면이 심하게 터졌다.
폭발 현장에서 맞은편으로 100여m 떨어진 신소재사업단 건물은 조립식 패널 벽면이 찢겼고 창문은 깨져 뼈대만 남은 상태다.
폭발 지점에서 6∼7㎞ 떨어진 도심까지 '쾅'하는 굉음이 들렸고, 수소탱크 잔해물이 100여m까지 날아갈 정도여서 상당한 폭발력을 실감케 했다.
폭발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사고는 '압력에 의한 폭발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수소 저장탱크 내에 압력이 원인 미상의 이유로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다. 풍선을 일정 압력 이상으로 지속해서 불면 터지는 원리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공기보다 14배 정도 가벼워 누출이 일어나도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해 좀처럼 폭발하지 않는 수소가 왜 이례적으로 폭발했느냐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릉 수소 저장탱크는 1.2MPa(약 12기압)의 '고압가스저장 탱크'로 알려졌다. 용기의 규격대로 설계·제작되고,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폭발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수소탱크의 용기가 규정에 맞게 설계·제작됐는지, 압력 조절장치의 오작동 내지 사용자의 취급 부주의는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도내 수소 저장탱크는 이번에 사고가 난 3기가 전부다.
폭발사고가 난 수소 저장탱크를 관리하는 S 업체는 태양광을 활용해 생산된 수소를 전기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업체다.
이 업체는 태양광과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실증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3월 12일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수소 저장탱크 설치에 따른 완성검사를 마쳤다.
경찰은 완성검사 과정에서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수소를 기체 상태에서 고압으로 압축 보관하면 폭발 위험성은 커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액화 수소로 보관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신의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는 "수소 기체를 고압으로 압축해 보관하는 방식은 언제든 폭발사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일본은 이를 고려해 도심지의 수소 충전 방식을 액화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소 기체의 고압 보관 방식이 이대로 지속한다면 인구 밀집 지역의 수소충전소 확대는 위험과 저항을 초래하고 수소 사회의 도래는 큰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며 "대용량 보관 시설은 액화 수소 기술을 도입해야 혹시 있을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저압 수소와 관련한 미비한 규정도 이번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소연료 자동차와 같이 고압으로 수소를 제조·충전·저장하거나 고압의 수소를 사용하는 시설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시설기준과 기술 기준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저압으로 수소를 제조·충전·저장·판매 및 사용 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이 미비해 일부 국회의원이 지난해 8월 이를 보완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년여 가까이 계류 중이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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