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수사 땐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일지 몰랐다" 발뺌
옥시가 원료로 쓴 PHMG 연구·개발 주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을 제조해 공급한 SK케미칼 전 직원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간 SK케미칼은 문제가 된 화학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이는지 몰랐다고 주장해 처벌을 피했으나, 검찰은 이 주장이 거짓이라고 볼 만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최씨는 2006년까지 SK케미칼에서 근무하며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연구·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SK케미칼 퇴직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해 만든 CDI 연구소장으로 옮겼다. CDI는 PHMG 원료물질의 중간도매상 역할을 했다.
최씨는 SK케미칼에서 옥시 측에 PHMG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물질의 유해성이나 흡입 위험성을 사전에 알면서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옥시에 PHMG를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은 인체 유해성이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모두 제조·공급한 회사다.
옥시가 PHMG를 납품받아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 가장 큰 피해자를 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원료물질로 썼다. SK케미칼은 자신들이 만든 CMIT·MIT를 원료로 '가습기 메이트'를 직접 제조했고, 이 제품은 애경산업이 받아 판매했다.
검찰은 2016년 먼저 옥시·롯데마트 등 PHMG·PGH를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업체들을 수사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SK케미칼은 '원료물질을 중간도매상에 판매했을 뿐, 사용 용도는 몰랐다'고 주장해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는 CMIT·MIT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SK케미칼·애경산업을 수사해왔다. 정부가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뒤늦게 인정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SK케미칼이 PHMG가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리라는 것을 몰랐을 수 없다는 정황이 나타나면서 원료물질 제조에 다시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수감 중인 신현우 전 대표와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 등을 불러 SK케미칼로부터 PHMG를 공급받은 경위와 과정을 조사했다.
2017년엔 PHMG 중간도매상인 CDI 대표 이모 씨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최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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