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닫은 주민들, 내용 못 들었을 것…공연성 충족 안 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겨울밤 주택가 골목에서 상대방을 향해 큰 소리로 모욕적인 언사를 했더라도, 법적으로 모욕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모욕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27일 밤 10시께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이웃 주민 B씨와 시비가 붙자 욕설을 하고, 나흘 뒤 같은 곳에서 B씨 부모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욕설을 하던 당시 주변 상황에 비춰보면 '공연성(公然性)'이 없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공연성'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야 충족된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이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동네 골목길로 이웃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잘 들을 수 있는 곳이기는 하다"면서도 "당시는 한겨울로 주변 거주자들이 창문을 닫고 있었을 것이므로 A씨가 큰소리를 친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내용 자체는 알 수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건 현장에 B씨 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A씨가 말한 내용이 B씨 외에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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