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교산·남양주왕숙 원주민들 개발반대…지자체 유관단체직 일괄사퇴도
고양창릉·부천대장 인근 1~2기신도시 주민 반발…국토부장관 무마책도 `무위'
(하남=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곳곳에서 집단행동에 나서며 순탄치 않을 3기 신도시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하남교산·남양주왕숙의 경우 원주민들이 국토교통부 설명회를 보이콧하는가 하면 고양창릉·부천대장을 둘러싸고는 인근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특히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검단∼고양일산 연장 등 기존 신도시를 위한 교통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하락 등에 따른 성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25일 지역별 3기 신도시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하남교산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남시 춘궁동의 통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 7개 시 유관단체 회원 192명 전원은 전날 집단 사퇴서를 냈다.
이들은 "정부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강제로 수용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김상호 시장이 주민들의 사전동의 없이 정부와 협약을 해 화를 자초한 뒤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어 더이상 하남시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앞서 하남교산지구 주민들은 지난 17일 하남시청 대회의실에서 예정된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를 원천봉쇄하기는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남양주왕숙1·2지구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지난 16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도불과 10분만에 중단됐다.
왕숙1지구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받아보니 측정방식이 허술했다"며 "초안을 보완한 뒤 다시 설명회를 열라"고 국토부를 압박했다.
왕숙2지구 주민들은 "국토부장관이 상대적으로 보존가치가 적은 그린벨트 3∼5급지가 3기 신도시 대상이라고 밝혔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인천 계양은 90% 이상이 1∼2급지이고 나머지 지역도 50∼70%는 보존가치가 높았다"고 주장했다.
고양창릉·부천대장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인 고양일산, 파주운정, 인천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서울과 이들 신도시 사이에 3기 신도시가 조성되면 집값 하락과 교통난 심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1∼2기 신도시 주민 수천명은 지난 12일 운정신도시를 시작으로 순회집회를 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고양일산·파주운정 주민들은 "경기 북부의 1기, 2기 신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 턱없이 부족한 자족도시 기능과 열악한 광역교통망으로 서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 정부는 창릉동 3기 신도시 지정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3기 신도시로 예정된 창릉지구가 지난해 도면이 유출된 후보지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을 문제 삼아 신도시 조성계획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검단 주민 1천여명은 이날 오후에도 인천지하철 2호선 완정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주민들은 김현미 장관이 발표한 대책 중 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계획은 처음 발표된 것이지만 나머지 대다수 계획은 이미 예정됐던 사업이라 3기 신도시 지정에 따른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 장관의 지역구가 일산이어서 급하게 제시된 지역구 민심 '수습책'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주민들은 검단신도시 반경 8㎞ 범위에서 추진되는 부천대장지구와 인천계양테크노밸리 사업의 백지화와 서울지하철 5호선 검단연장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 직접연결 차량 발주 등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c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