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73% 지지는 허상, 물러나야" vs "부패한 자들의 반항, 용감히 일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최근 코미디언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대통령이 취임한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청원운동과 이에 반대하는 청원운동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행정실 사이트의 전자 청원 코너에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청원서와 이에 반대하는 청원서가 동시에 올라와 경쟁적으로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24일 오전(현지시간)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청원서에는 4만5천명 이상이 서명했다.
젤렌스키의 대통령 취임 이틀 뒤인 지난 22일 게재된 청원서에는 "볼로디미르 알렉산드로비치(젤렌스키), 당신에 대한 투표는 대부분이 반항의 투표였다. 실제론 당신은 73%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은 당신이 즉각적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길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원서 서명자가 2만5천명이 넘으면 대통령은 해당 청원을 의무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사이트에는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6개월 이내에 선거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다른 청원서도 함께 올라와 서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안드레이 보그단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장은 23일 자국 TV 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퇴 촉구 청원운동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청원운동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청원운동에 대해선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청원운동은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는 일부 유권자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이 우리와 동지가 되도록 설득하면서 불만을 가진 그룹이 줄어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사퇴 촉구 청원운동이 예상 밖의 호응을 얻자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에선 사퇴 청원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올려 맞불을 놓았다.
이 청원서 게시자는 "대통령 사퇴 촉구 청원서는 부패한 사람들이 만들어 올렸고 그들이 서명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젤렌스키의 부패 척결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게시자는 그러면서 "(반대 진영과의) 격렬한 투쟁이 예상되는 만큼 대통령은 용감하게 일하고 더 과감한 행보를 취하길 호소한다"고 주문했다.
이 청원서에는 현재 1만명 이상이 서명했으며, 비슷한 내용을 담은 다른 청원서들에도 서명이 계속되고 있다.
젤렌스키는 지난달 21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73.22%를 득표해 24.45%를 얻은 페트로 포로셴코(53) 현직 대통령을 누르고 압도적 승리를 차지했다.
유명 코미디언 출신으로 지난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주인공인 대통령 역을 맡아 '국민배우'로 부상한 그는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염증에 기대 돌풍을 일으키며 일약 대통령에까지 오르는 '신화'를 썼다.
한편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앞서 내린 의회 해산 명령이 위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로셴코 전 대통령 정부에서 연정을 구성하고 있던 정당 '국민전선' 소속의 안드레이 테테룩 의원은 이날 62명의 의원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해산 명령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대통령의 명령은 비헌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연설에서 의회 해산을 전격 선언했으며, 그 이튿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에 관한 대통령령에 서명한 바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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