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페인 한국문화원 '코리아사운드 페스티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연희 판소리와 스페인 전통예술 플라멩코가 어우러진 신명 나는 노래와 춤판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펼쳐졌다.
지난 22일 저녁 '한-스페인 전통음악의 만남 : 판소리&플라멩코' 공연이 열린 마드리드 아바디아 극장 300석은 동서양 전통예술 앙상블을 감상하기 위한 현지 관객으로 가득 찼다.
관객들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판소리와 플라멩코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상승효과에 일순 사로잡혔다. 객석에선 연신 "얼쑤", "올레" 같은 추임새가 터져 나왔고 뜨거운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공연에는 차세대 소리꾼 정보권과 한국 프리 재즈계 간판 피아니스트 미연, 타악기 연주자 박재천이 참가했다. 이들은 스페인 플라멩코의 상징으로 꼽히는 사라 라모스(무용), 파즈 데 마누엘(노래), 알베르토 푸엔테스(기타)와 함께 판소리 다섯마당 중 심청가를 중심으로 협연을 선보였다.
박재천 전주세계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 현지 관객들에게 "셰익스피어 사대 비극 같은 명작처럼 한국 판소리 안에도 인간이 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감정을 다섯 가지 이야기로 담아낸 작품이 있다"며 "그 중 심청가는 맹인 아버지와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는 딸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플라멩코 명인이자 이번 공연 안무감독인 호아킨 루이즈는 "2012년 전주세계축제에서 한국 음악가들과 협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한국 장단의 보편성과 강렬한 호소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바로 그 점 때문에 판소리와 플라멩코의 만남이 마술과 같은 상승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이 유네스코 마드리드위원회 후원을 받아 마련한 이번 공연은 현지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코리아사운드 페스티벌' 프로그램이자, 2018 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의 판소리·스페인의 플라멩코 프로젝트' 후속 공연으로 기획됐다.
카르멘 피나르 갈란 유네스코 마드리드위원회 부사무총장은 "절제와 폭발을 넘나드는 창법과 리듬, 드라마틱한 감정표현 등 공통점이 많은 두 예술의 응축된 역사와 철학, 가치를 담아낸 공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스페인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변화·발전시켜 국경을 초월한 오늘의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현지 언론도 판소리와 플라멩코의 이색적인 만남에 큰 관심을 보였다.
플라멩코 전문매체 데플라멩코는 지난달 말 "전통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초월해 다문화주의의 정수를 관통하는 공연"이란 소개기사를 냈으며, 마드리드 시청 산하 라디오 채널 M21는 공연 당일 15분간 공연 참여 예술가들의 심층 인터뷰를 특집으로 방송했다.
이종률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장은 "한국과 스페인 양국의 전통음악과 무대 예술을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에 대해 더욱 많이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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