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도 "물가폭등에 초과지출" 걱정…임정 마지막 예산서

입력 2019-05-25 07:35  

김구 선생도 "물가폭등에 초과지출" 걱정…임정 마지막 예산서
1944년 세입 98%는 中 지원금·세출 72%는 군비…의원은 무급 명예직

(세종=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느 정부와 다를 바 없이 재정을 챙기며 꼼꼼한 세입세출 예산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세출은 광복을 위해 대부분 군비에 집중됐지만, 임시정부 수립을 기리는 임헌기념일 비용이나 의회 예비비도 세세하게 책정됐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 예산춘추에 실린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의 예산'에 따르면 1944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세입세출 총액은 5천332만2천620 위안이었다.
충칭에 안착하기 전까지 긴 피란길에 올라야 했던 6년 전(57만8천868 위안)보다 92배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당시 전쟁 탓에 물가가 뛰었던 것을 고려하면 여력이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백범 김구 선생도 전년도 예산설명서에 "물가폭등으로 인한 막대한 초과지출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1944년 임시정부의 세입 중 대부분은 중국 정부가 지원한 '특종수입'으로, 총세입의 98.3%(5천240만 위안)를 차지했다.
세출의 72.0%(3천839만 위안)는 군비였다. 오늘날 국회에 해당하는 임시의정원에는 63만8천900위안이 배정됐다.



임시의정원 지출 가운데 3분의 1은 회의 진행비에 해당하는 의회비(22만7천500위안)였고 의원 거마비(21.3%), 예비비(17.0%), 비서국비(11.7%), 신수금(10.5%) 등으로 구성됐다.
또 임시정부 수립을 기리는 임헌기념일 기념비로 소액이지만 1천 위안을 책정한 것이 눈에 띈다.
당시 임시의정원은 의장 1명과 부의장 1명, 의원 55명, 비서국 직원 6명으로 구성됐다.
의원은 명예직이라 급여를 별도로 받지 않고 매달 200위안의 거마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장은 급여로 월 1천 위안, 부의장은 800 위안, 비서장과 비서, 경위는 각각 750 위안, 650 위안, 550 위안을 받았다.
당시 회계연도가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시정부의 1944년 예산서는 광복 이전 임시정부의 마지막 예산서다.
권순영 예정처 정책총괄담당관은 보고서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가 오늘날과 같은 예·결산 체계와 기록을 남겼다"며 "각목체계와 산출내역 설명, 예비비 제도를 갖췄고 예산안 심의·확정·추인 체계도 지금과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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