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합류 불발로 대체선수 발탁…"우영이가 연락해 잘 하고 오라더라"
(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수비수 이규혁(20·제주 유나이티드)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참가만으로도 또 한 뻠 성장했다.
그는 2년여 동안 현 U-20 대표팀과 함께 훈련해왔지만, 애초에는 최종엔트리 21명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공격수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이 소속팀 사정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되면서 그의 '대체선수'로 다시 정정용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포르투갈과 이번 대회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하루 앞두고 24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의 리고타 훈련장에서 마지막 훈련을 하기 전 만난 이규혁은 이번 대회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그는 먼저 "(지난 14일) 폴란드로 출국하기 이삼일 전에 다시 발탁됐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제주로 돌아간 지 얼마 안 된 터라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면서 "이어 감독님이 여러 선수 중에서도 저를 뽑아주신 데 대해 감사했고 책임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폴란드에 가서 우영이, 그리고 여기 오고 싶어도 못 온 선수들 몫까지 잘하고 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했을 때의 심경도 뒤늦게 털어놓았다.
그는 "오랫동안 함께 훈련했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폴란드에 갈 거라 항상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탈락하고 나서 뭔가 아쉬움보다 허무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규혁은 "떨어지고 나니 내가 해왔던 일들이 많이 생각났다. '왜 그때 더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면서 "계속 대표팀에 뽑히다 보니 자신감이 자만감으로 바뀌어 그런 실수들을 하지 않았나 반성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일로 초심을 찾으면서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팀을 떠나 소속팀으로 돌아갈 때 대표팀 맏형인 조영욱(서울)이 방으로 찾아와 '아직 끝난 거 아니다. 끝까지 기회는 있다. 우리 중에 다쳐서 나가는 선수도 있을 수 있고, 어떤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위로해 준 것도 그는 잊지 못한다.
정정용 감독은 공격자원인 정우영의 빈 자리에 수비 자원인 이규혁을 대체 발탁한 데 대해 "우리가 스리백도 서고, 포백도 서야 한다"면서 "공격적으로 전환할 때 정우영의 역할이 커 그에 중점을 뒀는데 상황이 안되는 바람에 플랜B에 해당하는 포백 자원에서 이규혁이 필요해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규혁은 "감독님이 저한테는 그런 얘기는 안 해주셨지만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디"면서 "믿고 뽑아주신 것에 대해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대체발탁 이후 정우영과 연락한 내용도 들려줬다.
이규혁은 다시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출국할 때 "우영이에게 먼저 연락하기는 어렵더라"며 복잡한 마음을 나타냈다.
그 내용이 실린 기사를 보고 정우영이 먼저 이규혁에게 연락했다.
이규혁은 "우영이가 '왜 먼저 연락 안 했냐. 나는 괜찮은데…'라면서 '월드컵은 큰 무대니 잘 보여주고, 한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집에서 밥도 같이 먹고 친하게 지내자'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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